26일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여야 합의로 통과한 것이기 때문에 본회의 통과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상반기까지 두 달여 남았는데, 시간이 충분하다. 큰 얼개가 잡힌 만큼, 상위 심의·의결 과정에서 대립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전날 정무위 법안소위에선 가상자산법이 특금법에서 언급된 이후 업권법으로는 처음 의결됐다.
핵심은 이용자 자산 보호와 불공정거래 금지 등의 규제다. 먼저 가상자산사업자는 이용자 보호를 위해 고객 예치금을 고유 재산과 분리해 관리기관(은행 등)으로 예치·신탁해야 한다. 거래소들이 이용자가 예치한 것과 동일한 종목, 수량의 가상자산을 보유하도록 하고, 이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콜드월렛에 보관하도록 한다. 콜드월렛은 인터넷과 분리돼 있어 해킹을 통한 가상자산 탈취가 불가능하다. 또 이용자 거래기록도 보관해야 한다.
이와 함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를 조종하거나 거짓·사기·담합 등 부정한 거래를 하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규제도 생겼다. 처벌 수위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5배 벌금이다. 5억 이상 손실액이 발생한 경우 최소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과징금은 이익의 2배로 정했다. 부당이득에 대해선 취득재산과 시드머니를 모두 몰수·추징도 가능하다.
이번 법안 의결은 업권법 입법의 첫발을 뗀 것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앞서 특금법에서 가상자산을 다루는 것도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기 전인 상황으로, 자금세탁방지(AML)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이후 2021년 5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뒤로 총 18개 법안이 올라왔지만, 지난달 초까지 가상자산법은 다른 현안에 밀려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테라·루나 사태로 가상자산 시장 내 소비자 보호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사태의 장본인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체포돼도 투자자를 보호할 규제 법안이 없다는 비난 여론이 확대됐다. 여기에 최근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진 납치·살해 사건의 발단도 가상자산 관련 불공정거래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업권법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데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는 "법안 자체가 최소한의 규제를 담고 있기 때문에 구속력이 약하고, 계속해서 사기나 시세조종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서는 지난 2015년부터 가상자산으로 유사 수신을 하거나 배임, 사기 등의 혐의가 있는 이들에게 검찰 등 규제기관이 적극 적용해서 기소해야 한다. 또 피해자에게도 적극적으로 고발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법 강화 이전까지 추가적인 범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