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최근 재일 한국인 김승효씨 빈소에 조화를 보낸 것이 뒤늦게 알려져 주목을 받는다.
간접 조작 사건 피해자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감독 최승호)’의 주인공인 김승효씨는 군사정권 시절 간첩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고, 지난달 26일 일본 교토(京都)시 자택에서 별세했다.
18일 국정원에 따르면 박 원장은 지난해 12월 28일 김씨의 빈소에 조화를 보냈다. 박 원장의 조화 소식은 김씨의 빈소를 찾은 일본 교도통신에 의해 알려졌다.
이어 “국가권력에 의한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추진 중인 문재인 정부 기조에 정보기관이 뜻을 함께한 것”이라며 “한국 정보기관 수장이 인권침해 사례를 인정하고 반성 의사를 표시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 원장은 지난해 11월에도 과거 ‘인혁당 사건’의 진실을 알리려다 강제 추방됐던 조지 E. 오글 목사의 빈소에 조화는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오글 목사는 한국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중 1974년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이들을 위해 공개기도회를 열었다가 박정희 정부에 의해 추방됐었다.
박 원장의 이런 행보는 국정원 개혁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권력기관 개혁 관련 브리핑에서 “국정원의 어두운 과거로 피해를 본 여러분께 사죄하는 마음”이라며 5·18, 세월호, 민간인 사찰 같은 국정원 관련 의혹이 두 번 다시 거론되지 않도록 진상규명에 협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인 김씨는 1974년 서울대 경영학과 재학 중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문을 받았다. 중앙정보부의 고문에 간첩이라고 허위 자백한 고인은 징역 12년에 자격정지 12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고인의 형은 조현병을 앓는 고인을 대신해 2015년 재심을 청구했고, 간첩이라는 누명을 받고 연행된 지 44년 만인 2018년 무죄를 선고받았다.
고인은 석방 뒤에도 고문 후유증으로 공포감에 계속 시달려 외출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내다 생을 마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의 이야기는 인터넷 독립언론인 뉴스타마의 최승호 PD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 ‘자백’에서 다뤄지기도 했다.
박 원장은 지난 2016년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시절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제작한 영화 ‘자백’ 시사회에 참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