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8·4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거래 66% 신고가 경신

2020-08-13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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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가 매물 중 절반은 5억원 이상 9억원 미만 가격대

"부동산은 심리…정부, 시장서 외면받은 통계에 매몰"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부동산 시장이 안정됐다"고 발언했지만, 지난 8·4대책 이후 거래된 서울 아파트 절반 이상이 신고가를 경신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신뢰성 낮은 통계에 매몰돼 시장을 잘못 진단하고 있다는 경고를 보냈다.

특히, 심리로 움직이는 부동산 시장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실관계에 집착하는 메시지를 반복하면서 정책 신뢰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료 = 국토부]

6·17대책, 7·10대책, 8·4대책 비웃었다
13일 본지가 계약일 기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내역을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 8월 4일부터 이날까지 서울 아파트거래 154건 중 102건(66%)이 신고가를 경신했다.

가격대별로는 59건이 5억원 이상 9억원 미만 가격대 아파트였으며, 9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는 18건에 그쳤다. 나머지 25건은 5억원 미만이다.

주요 단지를 보면 노원구 ‘중계센트럴파크’ 84㎡(이하 전용면적) 12층 매물이 지난 7일 8억5000만원에 거래돼 6월 26일(7억6000만원·14층) 대비 9000만원 올랐다.

초고가 아파트에서는 ‘서초래미안‘ 127㎡(3층)가 6일 22억5000만원으로, 지난 6월 10일 19억원(2층) 매물에 비해 3억5000만원 껑충 뛰었다.

이 외에도 최근 3개월 내 직전 거래 대비 신고가 경신 단지는 '래미안 개포 루체하임' 84㎡(23억4000만원→24억8500만원)와 길음동 '동부센트레빌' 114㎡(9억2500만원→9억5000만원), '녹번 JR아파트' 84㎡(5억7950만원→6억8000만원) 등이 있었다.

사실상 지난 6·17대책에 이어 7·10대책, 8·4대책까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주로 거래되는 대다수 단지 집값이 올랐다는 얘기다.
 

[사진·자료 = 김재환 기자·한국감정원]

부동산=심리인데…국민이 체감하는 분위기 읽지 못했다
공인중개사와 전문가들은 국민이 실제로 체감하는 부동산 시장을 정부가 읽어내지 못하고 부동산대책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계센트럴파크 인근 A공인중개사는 "매도자 매수자 열명 중 여덟명은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고, 앞으로도 상승세가 이어진다고 믿는다"며 "그런데 정부가 시장을 오판하는 모습을 거듭 보여주면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집값(전 주택 유형)이 11% 정도 올랐다"고 한 발언과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이라고 말한 데 관한 지적이다.

근거는 국가공인 통계인 한국감정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다. 표본을 뽑아 전체적인 동향을 파악하는 이 통계는 매년 국정감사에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한 시·군·구당 표본이 평균 42곳에 불과해서다. 실제로 이번(2017년 5월~2020년 7월)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주택가격동향조사 기준 13.4%에 그쳤다.

하지만 매달 거래가 성사된 아파트의 평균값으로 계산한 '평균매매가격' 상승률은 54%(5억7028만원→8억8183만원)에 달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수치상으로는 최근 집값 상승률이 다소 둔화한 건 사실이지만, 국민 체감과 괴리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메시지를 내야 한다"며 "3년 동안 집값이 13% 올랐다고 하면 누가 고개를 끄덕이겠는가"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투자 전문가 A씨는 "투자자들을 잡겠다면서 시장에서 아무도 믿지 않는 통계로 자꾸 메시지를 내면 조롱만 돌아온다"며 "부동산은 심리게임이지 사실관계를 다투는 곳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가격동향조사는 전체적인 동향을 보는 등 나름의 목적이 있다"며 "최근에 주로 거래된 단지만 집값을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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