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여름, 빙하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54년 전 인도 신문을 읽는 기분은 뭐랄까, 복잡미묘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타임캡슐'이 드러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십년간 사라졌던 문서나 보물 발견 소식은 분명 흥미롭다. 그러나 뉴스 말미에 붙은 한 줄에 두려움도 함께 몰려온다. 몽블랑 빙하 중 4분의1이 이미 사라졌다는 소식이다.
최근 7개월간 세계는 코로나19 뉴스 세상이었다. 도무지 줄지 않는 신규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소식은 대부분의 이슈를 블랙홀처럼 삼켰다. 그러나 팬데믹 뉴스 홍수 속에서도 기후변화 경고는 줄기차게 빨간 경고등을 깜빡였다.
대표적인 예가 메뚜기 떼의 습격이다. 세계의 식량·기아 문제를 담당하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도 최근 들어 곡물 공급이 비상사태 직전 단계라고 밝혔다. 올해 초부터 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 전역에서 메뚜기 떼가 창궐해 농작물을 위협하고 있다.
메뚜기 떼는 최근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인도, 중국까지 위협하고 있다. 해충의 확산을 막지 못할 경우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그런가 하면 동토의 땅으로 불리는 시베리아 역시 최근 기상 이변으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달 20일 시베리아 베르호얀스크 기온은 38도까지 올라갔다. 이 지역은 원래 6월 평균 기온이 20도 안팎이다. 시베리아의 다른 지역 역시 기온이 급등해 우려를 키웠다.
중국과 일본에도 역대급 폭우가 쏟아지면서 인명·재산 피해가 천문학적으로 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몇 달간 지구를 발칵 뒤집어 놓은 코로나19 역시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자연 파괴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늘면서 이전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겨졌다는 것이다.
날씨로, 해충으로 경고가 이어지면서 최근 주요 국가에서도 대책 마련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후보는 14일(이하 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에 4년간 모두 합해 2조 달러를 투입할 것이라는 공약을 발표했다.
중국 역시 2011년부터 5개년 계획 등을 세워 기후변화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다행히 한국에서도 최근 한국판 뉴딜의 한 축으로 '그린 뉴딜'을 내세우면서 환경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환경단체에서는 더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많은 국가들은 이미 환경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 환경보호가 아닌, 전기차 등 친환경 사업 육성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 갈 경우 과학자들이 전망하는 지구의 미래는 생존이 위협 받는 '아포칼립스'다. 과연 50년 뒤 우리의 후손들은 어떤 기분으로 2020년 신문의 헤드라인을 읽을까. 2070년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면서도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