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의 목표와 시스템을 주주에서 이해관계자로 바꾸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등과 ‘아시아 시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세션에 패널로 참석한 최 회장은 SK그룹의 사례를 들어 기업이 사회적 성과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이 새로운 10년의 화두로 기업은 경영 목표를 세울 때부터 이해관계자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실제 글로벌 경제에서도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려는 기업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지난해 8월 미국기업 CEO들의 깜짝 성명서 발표가 대표적이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애플의 팀 쿡 등 미국기업 CEO 181명은 기업의 목적을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이 발표한 성명서에는 △기업 결정은 더 이상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그쳐서는 안됨 △기업은 고객, 직원, 납품업체, 사회 등 모든 이해당사자를 고려 △기업은 이해당사자를 위한 근본적 책무를 공유하고 가치 창출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고, 보상·교육 등 직원 투자 강화 △공정하게 납품업체 대하고, 주주를 위한 장기적 가치 창출 등 내용이 담겼다. 그야말로 사회구성원 모두의 이익을 뜻하는 ‘포용적 번영’을 강조했다.
1970년대부터 힘을 얻었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주주 우선주의’가 물러나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그 자리에 온 것이다. 무려 50년 만이다.
물론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2000년 이후 많이 논의돼 왔던 지속가능한 성장의 확장판이다. 지속가능성장은 기업이 성장 뿐 아니라 환경과 사회를 신경 써야 한다는 뜻으로 유엔(UN) 등에서 많이 다뤄왔다. 다만 그전에 지속가능성장은 모호했다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기업의 경영에 실제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 그 차이가 있다.
한국 기업도 미국 기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성명서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대기업을 중심으로 서서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SK다.
지난 20일 SK는 그룹 경영철학의 뿌리인 SKMS에서 이해관계자의 범위를 확장 발표했다. 기존 고객, 주주, 사회로 정의했던 이해관계자에 비즈니스 파트너를 추가한 것이다.
이밖에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도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기업은 친환경, 지역사회 발전, 사회적 가치 창출,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공헌을 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206개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액은 2조6060억으로 2년 전에 비해서 24% 증가했다.
정부도 2015년 12월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유지’를 목표로 세운 파리협정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등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은 2017년 기준 7억910만톤에 달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 5억3600만톤으로 낮춘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