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남부지법 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받는 손 전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이같이 결정했다.
정 부장판사는 "범행에 대한 공모관계나 구체적인 가담행위에 관한 검찰의 증명 정도에 비춰 보면, 피의자가 다툴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의자의 일부 진술이 거짓으로 보이거나 과거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추후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며 "현 상황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이나 상당성(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우리은행이 지난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이나 개인사업자에게 3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해줬다는 금융당국의 현장검사 결과를 넘겨받아 손 전 회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손 전 회장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지난 18일 우리은행 본점에 위치한 우리금융지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당시 검찰은 회장실, 은행장 사무실, 관련 부서 사무실 등을 전부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다수 확보했다.
이를 통해 검찰은 손 전 회장이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과 개인사업자에게 금융당국이 통보한 기존의 350억원에 더해 100억원대의 불법 대출을 진행한 것을 추가로 포착했다. 결국 검찰은 손 전 회장이 총 4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에 관여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후 검찰은 지난 20일부터 이틀간 손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에 소환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검찰은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과정에서 손 전 회장의 지시나 묵인이 있었는지를 포함해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우리은행이 대출 서류의 진위를 확인하지 않거나 담보와 보증을 적정하게 평가하지 않은 데에 손 전 회장의 영향력이 미친 것으로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결국 이날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손 전 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되면서 향후 검찰 수사에는 일부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검찰은 손 전 회장의 후임인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은행장 등 현 경영진이 우리은행의 부당대출을 눈감은 게 아닌지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어, 현 경영진에 대한 추가 소환조사가 이뤄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