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지형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글로벌 자금이 위험자산인 주식에서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이동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곤두박질쳤던 글로벌 증시가 올 들어 회복세를 보이는 건 투기꾼들이 팔았던 주식을 되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가 지난달 실시한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서 현금보유 비중이 2009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세계적인 경기둔화를 경계하며 방어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얘기다.
세계 경제를 둘러싼 불안감이 커지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 1월 사실상 금리인상 중단 결정을 내렸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9월 이후에나 금리인상을 재개할 것으로 본다. 19~20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더 구체적인 신호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연준의 금리인상 중단 결정은 시장에 더할 나위 없는 호재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금리인상 행보에 제동이 걸리면 달러 약세에 힘이 실려야 하는데, 올 들어 달러는 추세적 강세를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이 역시 불안감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가 반영된 결과라고 지적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최근 연내 금리인상 계획을 미루고 일본은행(BOJ)마저 추가 부양설에 휩싸였지만 이 또한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인도와 브라질 등 신흥국까지 금리인하 행렬에 동참한 탓이다. 선진국, 신흥국 할 것 없이 세계 경제 여건이 빠듯해진 상황에서 저금리 기조가 일반화하자 투자심리가 도통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푼 돈이 증시 등 위험자산 시장과 신흥시장으로 흘러들며 세계 경제 회복세를 자극했다.
문제는 세계 경제가 여기서 더 나빠지면, 중앙은행들이 그나마 대응할 여지가 더 좁아진다는 점이다. 2015년 12월부터 기준금리를 수 차례 올린 미국의 기준금리조차 2%대 초중반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의 절반도 안 된다. 일본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기준금리는 각각 -0.1%, 0%에 불과하다. 주요국이 이미 막대한 부채로 재정부양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중앙은행들도 통화부양 여지가 별로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