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금리인상 보류 기조를 재확인했다. 또 보유자산 축소는 올해 4분기 즈음 중단될 것임을 시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8일 밤(현지시간) 스탠퍼드대학교 경제정책연구소(SIEPR) 강연에서 지금으로선 현행 금리정책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2.25~2.5%로 올린 이후 성장이 둔화되고 물가상승률이 억제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추가 금리인상에서 ‘인내’를 강조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또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 중단이 올해 4분기 즈음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최근 예측에서 연준의 보유자산 규모가 올해 4분기 어떤 시점에 ‘뉴노멀’에 도달할 것임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시장 혼란이나 연준의 두 가지 목표(완전고용과 물가안정)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예측가능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2008년부터 금융위기 대응을 위해 연방정부가 발행하거나 보증한 채권을 대량으로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2013년부터 서서히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테이퍼링에 나섰고 2014년 양적완화를 완전히 중단했다. 2017년 10월부터는 만기가 된 채권을 다시 사들이지 않는 방식으로 보유자산 축소를 시작해 현재는 보유자산을 4조 달러까지 줄인 상태다.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은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경기 둔화 추세가 선명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파월 의장의 발언 직전에 발표된 미국의 2월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에서는 신규 고용이 2만 개에 그치며 전문가 예상치인 18만5000개에 턱없이 못 미쳤다. 고용지표 악화는 성장률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정설이다. 미국 외에도 세계 2대 경제대국 중국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6~6.5%로 낮췄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1%로 제시하며 종전의 1.7%에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캐나다와 호주 중앙은행도 향후 전망에 위험 요인이 늘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은 3월 19~20일로 예정된 FOMC 통화정책회의 전 마지막 공개발언이었다는 점에서 시장은 3월 금리동결을 기정사실화화는 분위기다. 로버트 캐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8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연준이 올해 상반기까지는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는 연준이 적어도 올해 9월까지 금리인상을 보류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고 마켓워치는 전했다.
연준은 3월 정례회의 후 점도표를 업데이트할 예정인데 시장은 향후 연준의 향후 금리정책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 점도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2월 연준의 최신 점도표에서는 올해 두 차례 인상을 신호했었다.
하지만 이날 파월 의장은 시장이 점도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시장과 더 잘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점도표가 때때로 시장과 소통하는데 혼란의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연준 소위원회에 (금리) 전망을 덜 혼란스럽게 할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한편 파월 의장은 연준이 채택한 물가 목표 제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당장 변화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침체 상황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적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물가 목표 제도에 대한 변화는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변화까지는 장벽이 높다며 "무척 길고 신중한 과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