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생산성 향상이 관건이다

2019-01-30 08:58
  • 글자크기 설정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새해 벽두부터 최저 임금 인상이나 소득주도 성장 같은 정부의 경제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다. 정부 경제정책의 비판론자들은 생산성을 초과한 임금을 지급하는 기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한다. 소득주도 성장은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정작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많지 않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도 비슷하다. 아직도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 생산성 혁명이라는 사실은 크게 강조되지 않은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의 방점은 ‘혁명’에 있다. 과거 세 차례에 걸친 산업혁명과 달리, 이번에는 스마트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생산성 혁명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인공지능, 블록체인, 드론, 3D 프린팅 같은 수단적인 도구의 활용이나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카풀 서비스 등 공유경제에 대한 논란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건설산업에서도 생산성 이슈는 크게 부각되어 있지 않다. 작년 2분기부터 건설투자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다 보니 어떻게 건설시장을 연착륙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많다. 적정공사비 확보나 건설현장의 특성을 반영한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같은 과제는 당면한 현안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생산성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최저 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비롯한 노동문제는 노동생산성 향상과 함께 논의해야 할 과제다.

국토교통부의 5차 건설산업진흥기본계획(2018~2022)이나 6차 건설기술진흥기본계획(2018~2022)도 우리 건설산업의 낮은 노동생산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관인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우리 건설산업의 노동생산성(노동시간당 부가가치)은 13달러로 선진국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벨기에는 48달러, 네덜란드는 42달러, 영국과 스페인은 41달러라고 한다. 6차 건설기술진흥기본계획이 목표한 대로 우리 건설산업의 노동생산성을 40% 향상한다고 해도 19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에 선진국과의 격차는 별로 좁혀지지 않는다. 오히려 선진국은 건설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수용으로 노동생산성 격차를 더 크게 벌릴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과의 노동생산성 격차를 방치한다면, 우리 건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더욱 추락할 것이다.

맥킨지는 건설산업의 생산성을 지금보다 48∼60%까지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고, 비용은 27∼38%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건설자동화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 기술만이 아니라 현장에서의 실행 개선, 설계·엔지니어링 및 구매조달 관리 개선, 협력적 계약방식의 도입이나 인적 역량 강화 등도 병행해야 이 같은 생산성 향상을 달성할 수 있다. 맥킨지는 이 같은 성과를 거두기 위한 기반이 규제개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우리 건설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도 기술만 쳐다봐서는 안 된다. ‘분업과 전문화’라는 산업화 시대의 낡은 패러다임을 탈피하여 ‘연결과 통합’을 가능하게 만드는 산업구조의 형성과 획기적인 규제개혁을 병행해야 한다.

최근 들어 맥킨지뿐만 아니라 세계경제포럼(WEF)을 비롯한 많은 글로벌 기관들이 건설산업의 생산성 향상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그 이유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건설산업이 국가경제나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조금만 생산성을 높여도 경제성장이나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선진국일수록 고령화와 청년층의 건설업 기피 및 숙련공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생산성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 더하여 최저 임금 인상을 비롯한 급진적인 노동정책의 변화를 겪고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이나 노동정책의 급진적인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생산성 향상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일이 시급하다.

새해 글로벌 경제는 작년보다 성장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우리 경제도 마찬가지다. 성장세가 위축될수록 생산성 향상이 중요하다. 새해에는 경제정책이나 노동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건설적인 논쟁이 확산되었으면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