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화웨이 보이콧 행보에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일본까지 가세하면서 중국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요구로 캐나다 당국이 화웨이 창업자의 딸인 멍완저우(孟晩舟)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체포해 예민한 상황에서 나온 소식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화웨이가 미국의 다음 타깃이 되어 '제2의 ZTE'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었다.
중국 관영언론은 "결국 이는 일본에 큰 손실이 될 것"이라며 "거대 시장 중국과의 협력을 결정하는 권한을 미국에 넘기면 계속 종속국으로 전락할 뿐"이라고 일본 정부의 행동 변화를 강하게 촉구했다.
일본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0일 정부 부처와 자위대가 사용할 정보통신기술(ICT) 기기 조달 시 가격 외에 안전보장상의 위험이나 기밀 정보 유출 등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대상물품은 컴퓨터와 서버 공유기 등이다. 해당 방침 적용 시기는 내년 4월이지만 이미 사용 중인 기기도 보안상 위험이 감지된다면 교체할 계획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1일 사평을 통해 이를 언급하고 "호주와 뉴질랜드, 영국 등에 이어 일본이 미국의 중국 통신기기 '보이콧' 행렬에 새롭게 동참했다"면서 "이러한 결정이 일본에 큰 손실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을 따르기 위해 중·일 협력을 포기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선택이라고도 했다.
신문은 아베 신조 총리가 최근 중·일관계 개선에 힘을 쓰면서 일본 정부가 큰 그림을 인식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조치로 중국 사회에서는 일본의 '언행 불일치'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양국 관계 개선 정도와 수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일본이 실제로 화웨이와 ZTE 제품을 배제한다면 중국도 이에 상응하는 보복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중국 시장은 일본보다 크며 미국보다 더 많은 기회도 있다"면서 "일본이 세계의 거대한 시장에서 정당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일본이 가장 수호해야 할 권리"라고 말했다.
미국의 종속국으로 더는 전락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도 보냈다. 환구시보는 "일본은 특정 외부 세력의 명령에 순종할 수 없고 또 스스로 자기가 원하는 사업을 할 수 있다"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일침했다.
환구시보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되고 미국이 주요 동맹국의 도움을 요구할수록 일본은 자신의 힘으로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면서 "일본의 이익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시장의 가운데에 있지 어느 한쪽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베트남, 필리핀 등도 이러한 이치를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일본의 화웨이·ZTE 제품 배제 분위기는 이미 확산되고 있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 등 3대 이동통신사가 차세대 통신규격인 5G와 관련해 중국 제품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내년에 이동통신 시장에 뛰어들 예정인 라쿠텐(楽天)도 "중국산 통신기기를 사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2012년부터 화웨이와 ZTE가 정보를 수집하는 '중국 공산당의 스파이'라며 경계하고 자국 통신업체에 대해 화웨이 등의 장비 사용을 금지했다. 최근에는 동맹국에도 이를 요구하면서 중국산 통신장비 보이콧 물결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미국은 화웨이에 대한 제재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앞서 미국은 무역전쟁 시작과 함께 ZTE를 겨냥해 존폐 위기로 몰고 간 바 있다. 멍 CFO가 미국으로 인도돼 재판을 받을 가능성에 전 세계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다. 중국은 이에 대해 명백한 인권침해이자 인격모독 행위라며 멍 CFO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이러한 행보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고개를 들었다.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가 다수의 미국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하는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가 올 들어 미국의 퀄컴, 브로드컴, 인텔 등에서 100억 달러 규모의 부품을 구매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