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기술 굴기’ 일환으로 내세운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 기술 굴기를 둘러싼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되자 중국의 첨단기술 강화 국가전략인 ‘중국제조 2025’와 관련된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중칭(尹中卿)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재경위 부주임이 9일 열린 ‘2018 싼야재경국제토론회’에서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지출비중을 2.5%까지 늘리겠다는 당국의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다만 인 부주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중국의 GDP대비 R&D 지출은 2.1%로, 목표치 2.2% 달성에 실패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제 12차 5개년계획(2011년~2015년)’에서 세운 목표 중 유일하게 이루지 못한 것이다.
앞으로의 전망도 어둡다. 인 부주임은 “지난해의 GDP 대비 R&D 지출은 전년에 비해 불과 0.07%포인트 높아졌을 뿐”이라며 “2020년을 2년 남겨둔 올해도 다르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의 핵심 기술 및 부품·소재의 수입 비중을 2025년까지 30%로 줄이겠다’는 중국제조 2025 전략의 주요 목표 달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SCMP는 해석했다.
중국은 막대한 자금력을 통해 필요한 기업과 인수합병(M&A)을 하거나 해외 ‘기술 훔치기’로 기술력을 성장시켜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R&D 투자 강화에 열을 올린 것인데, 투자 확대 속도가 예상보다 뒤쳐지면 기술 자생력 향상에도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제조 2025가 성패 위기에 놓인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체적인 목표 달성 조차 이루기 힘든 상황에서 중국제조 2025에 대한 미국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일 미국이 캐나다에 요청해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체포한 것도 중국제조 2025 싹 자르기라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이 달성하고자 하는 기술 자립의 중심 역할을 하는 화웨이가 5G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자 미국이 고삐를 죄려 한다는 것.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는 중국제조 2025 포기가 쉽지 않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 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인 부주임은 “중국은 첨단 과학기술의 자주혁신 능력을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현재 규모보다 더 많은 R&D 투자와, 그 관리에 대한 새로운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