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커스] 마하티르 총리의 일대일로 다루기

2018-08-27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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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가 국제 무대에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중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제대로 반기를 들면서 말레이시아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외신들은 93세의 최고령 총리이자, 돌아온 지도자 마하티르에 주목했다.

1981년에 총리직에 오른 뒤 무려 다섯 차례나 연임을 했던 마하티르는 말레이시아 근대화의 아버지로 불린다. 총리 취임 뒤 마하티르는 서구체제에 의존했던 외교와 경제정책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리고 아시아 국가로서의 정체성 확보를 목표로 내걸었다. 한국과 일본을 경제발전의 모델로 삼았던 '동방정책'은 마하티르의 대표적인 정책이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독자적 조치를 통해 경제안정을 도모하면서 국제사회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15년 만에 다시 정계로 돌아온 마하티르는 이제 서구가 아닌 중국을 상대하고 나섰다. 중국이 국제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추진하는 일대일로사업에서 말레이시아의 인프라 투자를 취소시킨 것이다. 무려 668㎞ 구간에 달하는 동부해안철도(ECRL) 사업을 중국의 투자를 받아 추진하기로 했지만, 마하티르 총리는 당초 예상과 달리 거액의 부채를 떠안을 수 있다면서 중국을 한 걸음 물러서게 만들었다. 

외신들은 마하티르 총리가 이번 협상에서 미·중 갈등 요소인 남중국해 영유권 논쟁을 적절하게 활용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초강대국은 최근 무역전쟁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권력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작은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십분 활용한 것이다. 강대국의 전쟁이 약소국에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노회한 마하티르가 직접 보여준 것이다. 

마하티르 총리의 당당하면서도 노련한 외교술은 사드 보복으로 큰 피해를 입은 우리나라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중국의 사드 보복 당시 우리는 북핵문제를 제대로 지렛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중국의 처분만을 기다렸다. 이후 많은 기업들이 피해를 입었으며, 관광분야에서도 후유증이 남았다. 예전에 비해서 북핵 긴장은 많이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북핵문제를 둘러싼 외교관계는 외줄타기다. 여기에 중국과 미국의 무역긴장 고조는 줄을 더 흔들고 있다. 균형을 잡을 때 무엇을 놓고 무엇을 잡아야 하는지 더 많은 성찰이 필요한 시기다. 그런 점에도 돌아온 노장 마하티르 총리의 일대일로 다루기는 다시 한번 찬찬히 곱씹어봐야 하는 외교술이다.  

 

시진핑 만난 마하티르 "말레이, 일대일로 계속 참여할 것"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중국을 방문 중인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왼쪽)가 20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이날 국빈관 댜오위타이에서 가진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일대일로 사업에 계속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중 외교부가 21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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