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적 대출' 오명 쓴 저축은행....당국 속내는 금리 인하 유도

2018-07-3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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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제공]


고금리 대출을 일삼았다고 지적 받은 저축은행들이 업권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당국의 눈밖에 날까봐 '벙어리 냉가슴 앓이' 중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금리 운용실태 및 향후 감독 방향' 자료를 통해 전체 가계신용대출 차주의 78.1%(85만1000명)가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79개 저축은행 전체의 고금리 대출잔액은 6조7723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66.1%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선 이번 금감원의 발표가 대출 금리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저축은행 길들이기'라고 해석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은행과 저축은행의 역할은 다르다. 은행이 신용등급 1~3등급의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낮은 금리의 대출을 해준다면, 저축은행은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는 4~10등급의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영업한다.

금융상품에 투자할 때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이라는 공식이 적용되는 것처럼 대출도 마찬가지다. 저신용자에게 돈을 빌려주면 되돌려 받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금융사들은 높은 금리를 적용한다.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4~10등급 차주 비중은 저축은행 전체 차주의 91.1%에 달한다.

특히 서민들이 고객의 주축이 되는 저축은행의 경우 건당 대출 규모가 작고 관리비·인건비가 많이 들어가는 구조다. 또 저축은행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신용대출이 많기 때문에 부동산담보대출에 비해 위험도는 높은 반면 회수 가능성은 낮다.   

무엇보다 이번 자료의 통계 기준부터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의 가계신용대출금리 운용실태를 파악했다. 이렇게 될 경우 분기별 특성으로 인해 통계의 왜곡이 발생한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당국이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으라고 했고, 또 내년 사업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적립을 많이 했는데 연체가 낮아서 환입이 됐다"며 "이는 고스란히 순이익으로 반영된 데다 연초 매각이 활발하게 이뤄져 일회성 요인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권의 포용적 금융 정책이 시행되기 전에는 저축은행 금리가 29% 안팎이었다. 저축은행들은 이후 최고 금리인하 정책에 발맞춰 꾸준히 금리를 낮춰왔다. 하지만 당국은 가계신용대출에서 차지하는 고금리를 2017년 말과 올해 5월 말을 비교했다. 불과 5개월 차이다. 때문에 한 저축은행은 고금리 비중이 50%까지 떨어졌음에도 통계상 7~8% 낮아진 것에 그친 것으로 집계되는 촌극이 발생했다. 

고금리대출 잔액도 마찬가지다. 올해 5월 말 가계신용대출에서 고금리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말에 비해 4.5%포인트 줄었다. 반면 대출잔액은 576억원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잔액은 늘어나는 게 자연스러운데 자료만 보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국은 저축은행이 법적 예금보장제도를 바탕으로 자금을 저리로 조달하면서도 고금리 대출을 일삼는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업권의 설명은 다르다. 은행의 대출원가 구조에 비해 저축은행은 리스크관리 비용이 더 높다. 또 지점이 적고 광고시간이 제한을 받는 등 고객 접점이 부족해 모집인 비용도 많이 든다.

업권 관계자는 "예금보험료뿐 아니라 예치금, 모집인비용 등을 다 포함하면 은행보다 조달비용이 더 높다"며 "심지어 저축은행 조달비용은 대부업에 비해 1%포인트 낮아 큰 차이가 없다"고 전했다.

금융권에서는 당국의 의도가 분명하게 담긴 발표라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대출 원가구성을 따져보고 이에 비해 리스크 관리 비용이 과도하다고 하면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저 자료만 봐서는 금리를 내리라는 압박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작년에 금감원이 금리산정체계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저축은행들은 이에 맞춰서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 조사하면 걸릴 곳이 없을 것"이라며 "당국의 의도는 저축은행업권의 대출금리를 일괄적으로 20% 밑으로 내려서 취급하라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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