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가까이 손을 안 댄 세율이 있다. 증권거래세율이다. 박정희 정부는 1978년 증권거래세법을 만들었다. 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한창일 때다. 이후 8개월 만에 물러난 최규하 전 대통령을 포함해 대통령만 9차례 바뀌었다. 입법부도 9대에서 20대 국회까지 달려왔다.
현행 증권거래세법은 상장주식을 장외에서 팔거나 비상장주식을 매도할 때 0.5%를 세금으로 뗀다. 코스피나 코스닥 주식을 장내에서 팔아도 0.3%를 부과한다. 이런 세율은 40년 전에도 똑같았다.
증권거래세를 도입할 당시에는 금융실명제가 없었다. 당연히 소득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일괄적으로 증권거래세를 물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지금은 다르다. 누가 주식을 팔아 얼마를 벌었는지 금세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증권거래세를 없애거나 세율을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올해 3월에는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증권거래세율을 0.1%로 낮추는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물론 증권가는 반겼다. 딱 거기까지였다. 상반기 내내 국회는 지방선거만 챙기느라 개점휴업 상태였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한 차례도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을 논의하지 않았다. 이러는 사이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를 국회에 전달했다. 정부는 2017년 증권거래세로 6조3000억원 가까이 걷었다. 3년 만에 27%가량 늘어난 액수다. 정부는 세율을 0.3%에서 0.1%로 낮추면 세수도 이만큼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당연히 기재부는 세수 감소를 우려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주식시장을 저평가하는 이유에는 증권거래세도 있다. 해외에서는 아예 세금을 물리지 않거나 크게 낮추는 추세다. 미국은 거래세를 받지 않는다. 대만은 얼마 전 세율을 0.3%에서 0.15%로 내렸다. 중국도 0.1%밖에 안 된다. 이런 식으로 국내외 투자자를 유인해 과세 대상을 확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과세 근거가 부당한 세금은 바로잡아야 한다. 더욱이 더 많은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면 고민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문재인 정부와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6·13 지방선거를 압승으로 통과했다. 정부와 민주당은 이런 결과에 자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승자가 으레 꺼내는 말이 아니라면 경제와 민생부터 챙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