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과 2017년 개헌 논의…공통점과 차이점

2018-03-2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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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정부 주도 개헌 시도, 정치적 반대로 실패

이번에는 대통령 고공지지율·개헌 공감대 '쌍끌이'

정세균 국회의장, 정부개헌안 처리 논의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정세균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정례회동에서 정부개헌안을 비롯한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2018.3.26 kjhpress@yna.co.kr/2018-03-26 15:25:26/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1987년 이후 헌법 개정 시도는 역대 정권마다 반복돼 왔다. 특히 정부가 주도하는 경우, 차기 유력 대선주자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번번이 무산됐다. 개헌은 곧, 권력지형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30년이 지난 현재 문재인 대통령은 70%대에 육박하는 국정지지율과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라는 두 가지 ‘무기’를 들고 개헌에 나섰다. 1980년 ‘간선제 개헌’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무려 38년 만의 일이다.
문 대통령은 26일 개헌안 발의로 역대 세 번째로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한 사례로 남게 됐다.

최초로 개헌안 발의권을 행사한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은 1972년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대통령 직선제 폐지, 대통령 연임 제한 철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유신헌법’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당시 헌법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1 이상 또는 국회의원 선거권자 50만명 이상의 발의와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절차는 무시되고 비상국무회의에서 개헌안을 발의·공고했고 바로 국민투표에 넘어갔다.

두 번째로 개헌안을 발의한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전 전 대통령은 1980년 9월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된 후 헌법개정을 진행, 10월에 공포한다.

전문에서 ‘4·19 혁명 이념 계승’을 삭제하고 권력구조는 대통령 간선제·7년 단임제로 했다.

김영삼(YS), 김대중(DJ) 대통령 시절에도 내각제를 중심으로 한 개헌 논의는 시도됐지만, 대통령이 거부해 무산됐다.

YS 때에는 당시 신한국당 이한동 고문과 김수한 국회의장 등이 내각제 개헌에 시동을 걸었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은 개헌에 반대했던 이회창 전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내각제는 수용할 수 없다”고 입장을 정리해 결국 흐지부지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1997년 대선 당시 국민회의 소속으로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의 김종필(JP) 전 총재와 손을 잡고 ‘DJP 연대’를 구성하며 '비밀리에' 내각제 개헌을 약속했다. 김 전 대통령에 당선된 뒤, 개헌론을 접으면서 DJ와 JP는 각자의 길을 걸었다.

이와 반대로 정부가 개헌에 적극적인 경우에는 차기 유력 주자의 반대가 변수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말인 2007년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같이하는 ‘원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하지만 당시 유력 주자였던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말과 함께 개헌론을 일축했고,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리면서 개헌 동력을 상실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당내 주자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사례다.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중심으로 한 개헌론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박 전 대표가 이에 반대하면서 개헌론은 소멸됐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개헌 의지가 없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개헌에 반대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 초까지만 해도 개헌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다가 2016년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자 갑자기 개헌론을 꺼내들었다. 야권은 정략적 개헌 시도라며 반발했고, 여당 내부에서도 공감을 얻지 못했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는 “개헌을 매개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회피하려는 것은 순수하지 못한 시도”라고 일축했다.

돌고 돌아 집권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론은 차기 유력주자가 당안팎에 아직 없다는 점에서 다른 정부들의 개헌론과는 상황이 다르다. 또 지난 정권들의 국면전환용도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평가다.

대신 ‘여소야대’ 국면에서 ‘자력’으로 개헌안을 밀어부칠 수 없기 때문에 정치권의 협조가 필수다.

개헌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려면 재적 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한국당(116석)이 개헌 저지선(국회의원 3분의 1·현재 293석 기준 98석)을 확보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제부터 개헌 문제 처리를 위한 ‘6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정부 개헌안 발의 시 ‘60일 이내 표결해야 한다’는 국회 규정이 있다.

문 대통령은 개헌안의 국회 의결을 위해 국회연설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기 때문에 의원들도 기명투표에서 마냥 반대표를 던질 수만은 없을 것”이라며 “개헌 성사 여부는 결국 국민 여론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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