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다(Mobile. Creating a Better Future)’ 이번 'MWC 2018'의 주제처럼 모바일이 만드는 더 나은 미래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5G로 어떤 서비스를 연계할 것인가'였다. 5G 기술이나 모바일 기기 자체보다 여기에 어떤 서비스, 플랫폼을 올려야 수익을 낼 수 있을지를 관련 업계가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시기간 동안 취재수첩에 적었지만, 기사화 하지 못했던 뒷얘기를 [MWC 와글와글] 시리즈로 엮어 모바일이 만드는 더 나은 미래를 엿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통신 지고 소프트웨어 뜬다
② 샹빙 차이나모바일 회장, 삼성전자 견제
③ 5G 시대는 서서히 다가온다
⑤ 스마트폰, 하드웨어 넘어 소프트웨어 혁신
⑥ “1등 못하면 우리 탓”…삼성이 5G 시대를 맞는 자세
⑧ 박정호 사장, 디지털추모 사업 ‘만지작’
⑨ ICT 융합혁신에도 ‘온도차’
⑩ 스마트폰의 미래
2019년 차세대 이동통신 5G 상용화를 앞두고 열린 이번 'MWC 2018'에선 오히려 4G를 지원하는 피쳐폰이 눈에 띄었다. 5G 상용화가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5G 단말을 선보인 업체는 없었다. 하지만 내년에 열릴 MWC에선 다양한 5G 단말이 속속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 MWC에 전시된 휴대폰의 특징이 있다면 3G와 4G 대응 모델이 늘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노키아의 '바나나폰(Nokia 8110 4G)'이다.
이동통신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서 3G, 4G 대응 모델이 다수 소개된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2G 서비스가 잇따라 종료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아직도 전 세계에선 2G폰 이용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은 5G를 바라보는데 2G에 머물러 있는 국가가 여전히 많다는 통신 격차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스마트폰의 판매는 세계적으로 둔화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이 스마트폰 판매가 감소했다는 통계를 잇달아 발표하며 경종을 울리고 있다. 판매는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스마트폰은 가장 많이 팔리는 전자제품이라는 지위를 잃지는 않을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도 연필과 볼펜이 잘 팔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인공지능 스피커 등의 새로운 디바이스의 보급이 늘면, 스마트폰의 역할이 축소될 가능성은 있다.
이번 MWC처럼 최신 스마트폰의 기능으로 카메라가 이토록 강조된 사례는 없었다. 올해 출시가 예고된 스마트폰은 대부분 카메라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S9, 화웨이가 이달 27일에 발표할 스마트폰도 모두 카메라 기능의 고도화를 강조한 제품들이다.
인간의 오감(五感) 중에서 스마트폰이 가장 먼저 대체하려 한 것이 청각이었으며, 그다음은 시각이다. 스마트폰의 시각인 카메라 기능의 강화는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큰 타격을 주기도 했다. 촉각과 후각, 미각은 스마트폰이 아직은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에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시각을 더 고도화하려는 트렌드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스마트폰의 혁신, 소프트웨어 강화가 대세
MWC 2018을 통해 스마트폰은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 혁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용자의 경험을 높이고, ‘놀 거리’를 만들어주는 소프트웨어 강화가 스마트폰 혁신의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이다.
피처폰이나 폴더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전환하면서 한차례 성장한 휴대폰 업체들은 AI(인공지능), AR(증강현실), IoT(사물인터넷), 5G(5세대) 이동통신 등과 만나 또 다른 성장을 꿈꾸고 있었다.
아울러 MWC 2018에서는 여전히 폴더블(접이식)폰이 스마트폰 미래의 모습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MWC 2018 참가업체 중 ZTE는 업계 최초로 폴더블(접이식)폰인 ‘액손M1’을 선보여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두 개의 디스플레이가 경첩으로 이어진 수준에 그쳤지만, 정형화된 스마트폰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진정한 의미의 폴더블폰은 아니었지만, ZTE 액손M1을 계기로 국내 전자업체들의 폴더블폰 출시 시점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들은 폴더블폰이 스마트폰의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제품이 될 수 있지만, 상용화를 할 경우 소비자가 느끼는 효용성, 업체의 수익성 등 모든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노태문 삼성전자 부사장은 “폴더블폰은 기본 개발, 설계는 수년 전부터 하고 있었다”면서 “실제 소비자가 썼을 때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경험과 즐거움을 줄 수 있을 때까지 UX(사용자 경험)과 콘텐츠까지 준비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도 “우리도 과거에 의미 있는 혁신일까 보다는 세계 최초, 업계 최초에 상당히 연연했지만, 이제는 그게 의미가 있는 것 같지 않다”며 “폴더블폰은 소비자가 의미가 있다고, 지갑을 열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을 때 도입하는 게 우리의 전략이다”라고 덧붙였다.
황정환 LG전자 MC사업본부장(부사장)은 “폴더블폰이 나오면서 고객들이 이를 수용하는 데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우리도 착실히 준비하고 있지만, 앞다퉈 내놓기보다 고객의 상황을 지켜보고 때가 무르익으면 선을 보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스마트폰의 미래는 5G에 달렸다
영유아부터 나이 지긋한 노인까지, 이제 모두에게 스마트폰은 생활필수품이다. 스마트폰의 진화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스마트폰의 미래는 5G 시대에 달렸다 해도 과하지 않다.
올해 MWC를 단순 모바일 전시회로 보는 사람은 드물었다.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사, 통신장비 업체들의 전시아이템을 확인했다면 바로 느낄 수 있다. 이들은 너나 할 거 없이 5G와 연계된 기술을 가지고 미래를 말했고, 경쟁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9은 이번 MWC에서 슈퍼 슬로우 모션, 증강현실(AR) 이모지 등 탁월한 카메라 기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그 외 스마트폰 혁신은 있다고 말하기 힘들었다. 대신 5G와 연계된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실감형 미디어 등 신기술에 대한 관심으로 가득 찼다.
5G는 결코 기존 4G(4세대 이동통신)보다 20배 빠른 속도의 의미만 갖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모든 사물이 연동되는 초연결 시대를 열어준다.
스마트폰 터치로 자율주행 커넥티드카를 조작해 집으로 귀가하면,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집안 공기 질을 체크하고, 그날 날씨와 어울리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가상현실에서 자신만의 아바타로 외국에 있는 친구와 대화하는 전혀 다른 차원의 커뮤니케이션이 열리고, 앱으로 연동한 홀로그램에서 돌아가신 부모님의 얼굴이 나타나 ‘밥 잘 챙겨 먹었냐’고 말을 건다. MWC에서 경험한 것들이 상용화되면 이런 일상이 가능해진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MWC 현지에서 “5G를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획기적인 변화들을 MWC에서 가늠할 수 있었다”며 “이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 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장관의 말처럼 이제 스마트폰은 생활필수품을 넘어 우리 삶을 진보시키는 매개체가 된다. 5G가 그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