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에 지각 변동을 불러온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태풍이 국내 핀테크 시장도 강타했다. 알리페이플러스·위챗페이·유니온페이 등 중국계 페이업체들이 국내 결제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국내 핀테크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 당장은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결제시스템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언제든 글로벌 업체와의 협업과 오프라인 가맹점수를 기반으로 시장 질서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8일 핀테크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양대 간편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플러스와 위챗페이의 한국 간편결제 거래건수는 각각 전년 대비 7배, 15배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여행 수요가 회복하고 있는 데다가 중국 정부가 6년여 만에 자국민의 방한 단체관광을 허용하면서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빠르게 증가한 영향이다. 명동에서 장사하는 업체의 90% 이상은 이미 알리·위챗·유니온페이 가맹점으로 가입돼 있다.
중국 관광객의 소비 트렌드가 바뀌면서 간편결제 이용량도 급등했다. 위챗페이의 경우, 결제건수는 전년 대비 30배가량 증가했다. 그간 중국 보따리상(다이궁)과 단체 관광객(유커)이 면세점에서 고가의 명품과 화장품 구입에 중점을 뒀다면 최근엔 개별 여행객(싼커)이 다이소·편의점·올리브영 등 생필품 위주로 소비하는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다.
중국 핀테크업체들은 일찌감치 한국을 글로벌 거점으로 삼고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 중국과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 방한 중국인이 많고 한류 열풍이 이어져 중국인의 변화된 소비행태를 쉽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인 14억명 중 10억명가량은 모바일 결제를 이용할 정도로 신용카드보다 간편결제에 익숙한 중국인 관광객을 기반 삼아 간편결제 중심 소비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알리·위챗·유니온페이는 이미 면세점과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대형 카페 등 굵직한 결제처를 대부분 확보한 만큼 앞으로는 지방과 중소형 업체를 중심으로 가맹점수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한국을 방문한 해외 관광객이 현금이 전혀 없어도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촘촘한 결제망을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향후 한국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할 경우 QR코드 결제시장을 중국에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당장은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들만 사용할 수 있지만 이 경계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핀테크업체 관계자는 "올 1분기에만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이 340만명에 달하고 이들 상당수는 간편결제를 이용한다"며 "사실상 국내에서 네·카·토를 이용하는 건 한국인뿐이고 외국인 대부분은 알리페이·위챗페이를 사용하고 있다. 언제든 글로벌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핀테크 업체들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