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다(Mobile. Creating a Better Future)’ 이번 'MWC 2018'의 주제처럼 모바일이 만드는 더 나은 미래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5G로 어떤 서비스를 연계할 것인가'였다. 5G 기술이나 모바일 기기 자체보다 여기에 어떤 서비스, 플랫폼을 올려야 수익을 낼 수 있을지를 관련 업계가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시기간 동안 취재수첩에 적었지만, 기사화 하지 못했던 뒷얘기를 [MWC 와글와글] 시리즈로 엮어 모바일이 만드는 더 나은 미래를 엿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통신 지고 소프트웨어 뜬다
② 샹빙 차이나모바일 회장, 삼성전자 견제
③ 5G 시대는 서서히 다가온다
⑤ 스마트폰, 하드웨어 넘어 소프트웨어 혁신
⑥ “1등 못하면 우리 탓”…삼성이 5G 시대를 맞는 자세
⑦ SK텔레콤 요금제 개편 큰 그림 그린다
⑧ 박정호 사장, 디지털추모 사업 ‘만지작’
⑨ ICT 융합혁신에도 ‘온도차’
⑩ 스마트폰의 미래
지난 3월 1일 폐막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8'은 두 가지 특징이 있었다. 사물이 전시됐던 과거와 달리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제시된 전시회였다는 점이다. 물론, 전시장에 사물들이 진열되기는 했지만, 개발 배경과 기반 기술을 소개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전시장을 참관한 IT 업계 관계자들은 전시된 아이디어들을 보면서 “이것을 어떻게 수익모델화 할 것인가”라는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그 고민에 대한 답을 가장 먼저 찾은 업체가 다가오는 5G 세상을 선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특징은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참가가 늘었다는 점이다. 올해 MWC 전시에 참가한 소프트웨어 업체는 전체 참가 기업의 10%에 달했다. 스마트폰의 발전에 따라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참가는 꾸준히 증가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이번 MWC에 처음 참가한 대표적 소프트웨어 업체로 꼽힌다.
MWC는 2007년 ‘아이폰’의 탄생과 함께 변해왔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면서 통신사업자를 밀어내고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스마트폰 제조사는 통신사나 통신기기 업체 보다 더 큰 부스를 차지했고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대표적 기업이 화웨이다. MWC에서 스마트폰이 주인공으로 떠오르자, 스마트폰 기기 속에서 작동되는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참가도 늘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돼 유럽 업체가 강세를 보였던 MWC는 이제 아시아와 미국색이 더 강해졌다. 2년 전 MWC에서 삼성전자가 ‘갤럭시S7'을 발표했을 때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함께 무대에 올랐던 연출은 유럽 업체 중심의 MWC에 종언을 고했다.
하지만 이제 잘 나갔던 스마트폰도 성장 정체기에 들어섰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IDC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4억350만대로 전년 동기에 기록한 4억3070만대보다 6.3% 감소했다. 시장조사회사 가트너도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스마트폰 출하량의 첫 감소는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스마트폰 출시 후 10년이 지나 단말 기술에도 한계가 왔다. 이제 더 이상 획기적인 디자인과 기능 탑재가 어려워졌다. 올해 카메라 성능에 초점이 맞춰진 스마트폰이 잇따라 출시된 것도 기술의 한계에 직면한 스마트폰 제조사의 현주소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MWC 전시장에서 특이한 부스를 발견했다. ‘EL'이란 간판을 내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 자리는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Oppo)'가 자리했던 곳이다.
‘EL'이라는 제조사는 최근 중국의 실리콘밸리 선전(深圳)에서 뜨고 있는 신흥 제조사다. EL은 아이폰, 갤럭시와 디자인이 흡사한 이른바 ’짝퉁‘ 스마트폰을 진열했다. 가격은 5만원대다. 아무리 짝퉁 제품이라도 한 대에 100만원이 넘는 스마트폰을 5만원대에 선보이는 중국의 가격파괴 방식은 애플과 삼성전자에게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한편, 통신사, 스마트폰 제조사와는 달리 MWC라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업체가 있다. 바로 구글이다.
구글은 음성인식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구글 어시스턴트’를 홍보하는 자리로 MWC를 활용했다. 화웨이, ZTE 등 안드로이드 기본운영체제(OS)를 채택한 스마트폰 제조사 부스에 별도 구글 직원을 파견해 ‘구글 어시스턴트’ 홍보에 열을 올렸다. 구글은 자사가 개발한 ‘픽셀’이라는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지만, 단말을 홍보하기 보다 어시스턴트라는 소프트웨어를 홍보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제 4G에서 5G로 네트워크가 바뀌면 순식간에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게 된다. 5G 시대는 다양한 디바이스가 연결되면서 지금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하게 될 것이다. 데이터의 중요성은 지금보다 더 커지고, 데이터의 질과 우수성에 따라 시장의 우위도 좌우될 것이다.
데이터 시대의 도래를 예감한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너도 나도 MWC에 부스를 차렸다. 올해 전시관에 알리바바 클라우드 부스가 오픈한 것도 데이터시대의 중요성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이번 전시에서 빅데이터, AI, 보안 등 클라우드 관련 8개 제품을 선보였다.
올해는 5G 시대를 앞두고 통신사, 통신장비 업체, 스마트폰 제조사, 소프트웨어 업체가 MWC에서 다양한 기술과 아이디아를 선보였다.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는 추세대로라면 5G 원년을 맞는 내년 MWC에서 소프트웨어 업체 참가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