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이래 처음으로 ‘총수 없이’ 치러진 롯데지주 임시주주총회(이하 주총)가 진통 끝에 마무리 됐다. 신동빈 회장의 공백에도 주총에서는 6개 비상장사의 합병 및 분할합병 승인안건이 통과됐다. 이로써 롯데지주는 지배구조 개선의 마지막 매듭을 풀었다.
롯데지주는 27일 오전 10시 서울 롯데월드타워 31층에서 주총을 열고 6개 비상장 계열사를 흡수 합병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문제로 지적된 롯데그룹 내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가 모두 끊겼다. 분할합병 절차가 마무리 되는 오는 4월 1일부터 그룹 내 모든 순환출자와 상호출자는 완전히 해소된다.
이번에 롯데지주로 흡수 합병되는 6개 계열사는 롯데지알에스, 한국후지필름,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상사, 대홍기획, 롯데아이티테크다. 흡수합병이 마무리되면 롯데지주에 편입된 계열사는 기존 42개에서 53개로 늘어난다. 자회사는 24개, 손자회사는 29개다.
이날 안건 통과를 위해서는 참석주주의 3분의 2가 찬성하고, 이 비율이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을 넘어야 한다는 특별결의 조건이 필요했다.
롯데지주에 따르면,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 있는 총 주식 5811만 5783주 중 3900만 9587주(67.12%)가 참석했다. 이 중 3395만 358주(87.03%)가 안건에 찬성표를 던져 특별결의 조건을 충족시켜 가결됐다.
특히 관심이 쏠렸던 일본 롯데홀딩스의 의중에 관해서는 위임권을 통해 찬성 의사를 전했다고 의장을 맡은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전했다. 일본롯데홀딩스는 그간 한국 롯데에서 지주사 역할을 한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다. 또 호텔롯데는 롯데지주의 지분 11.3%(보통주 6.5%, 우선주 4.8%)를 보유하고 있는 핵심 계열사다.
롯데지주는 이번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권 행사를 통한 일부 상호출자 발생 가능성에 관해선, 법으로 허용된 6개월 이내 해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황각규, 소액주주들 반발에도 발언권 부여··· 여유있는 진행 ‘호평’
한편 이날 주총은 당초 예상보다 오래인 2시간에 걸쳐 치러졌다. 위임장을 통해 의견을 전달한 602명을 포함해 전체 참여 주주는 총 824명이다. 이 가운데 현장 출석 주주는 222명이었다.
롯데지주로선 첫 주총이지만, 총수 부재 등 어려운 그룹 상황을 감안해 주주들을 위한 별도 기념품은 준비하지 않았다고 그룹 측은 전했다. 그동안 롯데그룹 계열 상장사인 롯데제과나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과자 꾸러미나 음료 세트를 제공해왔다.
주총 초반에는 황각규 부회장이 주주들의 우려와 걱정 섞인 ‘질문 공세’로 꽤 진땀을 흘렸다. 황 부회장이 주총 개회 인사말을 끝내자마자 “주주들의 본인, 대리 출석 여부를 밝혀달라”는 한 소액주주의 지적이 나왔다.
이후 총수 부재 사태를 우려한 일부 소액주주들 간 고성과 항의가 쏟아지면서, 약 50분간 진행이 중단되는 등 파행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 주주는 “분할합병 안건에서 직접 참석한 주주·주식 수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진행하면 절차상 하자”라면서 “(이렇게 절차를 안 지키니) 총수가 구속당하고 주주를 무시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황 부회장은 주총 중반이 넘어가면서 흥분한 주주들을 다독이며 발언권을 배분하는 등 이내 여유있게 진행을 했다. 주총 말미 한 주주는 “황 의장이 진행을 잘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 부회장은 주총 직후 “주주들이 많이 참석해 좋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지주사 전환에 따라 지난해 신동빈 회장이 밝힌 것처럼 주주가치 제고와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도 한국 롯데 가치가 올라가는 것에 대해 환영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황 부회장은 현재 서울 구치소에 수감 중인 신 회장의 건강상태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고 서둘러 주총장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