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을 둘러싼 금융당국과 금융사 간 갈등이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권 적폐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얼음장처럼 차갑다"고 말하자, 금융사 관계자들은 "지나친 경영간섭이고 금융당국부터 관치 마인드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금융당국을 포함한 모든 금융권 종사자가 관행이라는 명목 하에 이뤄진 금융 적폐를 적극 청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채용비리를 포함해 황제연봉 등 각종 비리로 얼룩진 금융산업이 지속된다면 금융산업이 성장해도 "국민들의 박수를 받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금융권이 서민층, 영세 자영업자, 중소·벤처기업 등 국민 생활과 산업 발전을 지원하는 금융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 위원장이 지적한, 금융권이 뜯어고쳐야 할 나쁜 관행은 총 6가지다. △담보대출 위주의 전당포식 영업 △비 올 때 우산 빼앗는 행태 △과도한 황제연봉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지배구조 △금융소비자 피해 △채용비리 등이다.
특히 금융부문 쇄신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채용비리, 황제연봉,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이날 발표된 '금융혁신 추진방향'에는 '셀프 연임' 논란을 차단하도록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하는 내용이 담겼다. 먼저 CEO 승계절차의 투명성을 제고하도록 CEO 후보군 선정기준과 평가기준을 공시하고, 후보군에 대한 적정성 평가를 주기적으로 실시해 주주에게 보고해야 한다.
사외이사를 선출할 때는 분야별로 다양한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포함해야 하고 외부전문가와 이해관계자가 추천한 다양한 인재를 반영해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추천위원회에 대표이사의 영향력을 제외토록 하고 소수주주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이 외에도 채용비리가 적발되면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마련해 채용비리를 근절하고 보수 공시를 강화해 보수체계의 적정성을 시장에서 평가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이날 발표에 대해 금융사들은 '경영 간섭'이라며 반기를 들었다. 앞서 최 위원장이 여러 차례에 걸쳐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을 문제 삼았을 때, 일부 금융사에서는 '팩트'가 아닌데 공개 발언을 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반박한 바 있다.
금융권의 반발을 의식한 최 위원장은 "만약 금융인들 중에 '금융은 특별하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일은 언제나 옳고 어떠한 경우도 간섭 받아서는 안 된다'는 식의 잘못된 우월의식에 젖어 있는 분이 있다면 빨리 생각을 고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에서는 당국과 금융권의 갈등이 법과 규정이 아닌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대 교수는 "법과 규정에 위반된 셀프연임이면 문제가 있으나 그렇지 않다면 문제가 없다"며 "다만 감독당국이 보기에 현행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새로운 법과 규정에 따라서 회장이 선임되도록 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