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년, 대한민국 화폐역사 지식 다 있어요

2018-01-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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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원보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팀장 인터뷰

"중앙은행 정책·기능 홍보 첫관문…작년에 250만명 방문"

"근대화폐는 전환기 외세 저항정신 담겨 꼭봐야할 전시품"

심원보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팀장 인터뷰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서울 남대문로를 지나며 한 번쯤은 봤을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일반인들은 아직 그 건물이 화폐박물관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화폐박물관은 건물 외관부터 남다르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절충식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졌다. 대한제국 시대인 1907년 착공돼 1912년 완공됐다. 조선은행 본점으로 사용되다가 한은이 창립된 1950년부터 2000년까지 한은 본점 사무실로 사용됐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만큼 화폐박물관 건물은 국가 중요문화재(사적 제280호)로 지정돼 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건물뿐 아니라 주변까지 행위 제한이 있다.  

화폐박물관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박물관 중 하나다. 2001년 6월 화폐문화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물가안정을 통한 국민경제 발전의 중요성을 고취하기 위해 개관했다. 화폐·금융·경제 관련 유물을 수집·보존·연구·전시해 국민들에게 화폐경제에 대한 교육과 체험의 장을 제공한다.

더불어 중앙은행의 정책과 기능을 알리는 중요한 홍보 관문이기도 하다. 그 가교 역할을 심원보 팀장이 하고 있다. 그의 추진력과 섬세함은 기획하는 전시를 매번 흥행으로 이끌고 있다. 심 팀장은 "화폐의 역사와 가치를 창의적으로 보존·계승하고 화폐관련 정보와 지식을 생산하는 것으로 기본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 화폐박물관팀은 지난해 8월 박물관운영반에서 선출된 새내기팀이다. 관장을 포함해 총 8명이 근무하고 있다. 각자 박물관 관련 기획 및 운영, 전시물관리, 미술품 관리, 대외협력, 교육, 시설운영의 업무를 맡고 있다.

지난해 화폐박물관 누적 관람객수는 250만 명을 넘었다. 평일에는 약 500~600명, 주말에는 약 1000명이 화폐박물관을 찾는다. 최근에는 프랑스와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 담당자들이 화폐박물관을 방문해 운영 사례를 벤치마킹 하기도 했다. 중앙은행의 역사가 곧 나라의 역사라는 인식에 따라 세계 중앙은행들은 화폐와 중앙은행의 역사·경제교육을 확대하는 추세다.  

심 팀장은 화폐박물관에서 꼭 봐야할 화폐로 역사성과 독특한 의미를 가진 우리화폐 20종과 세계화폐 20종을 꼽았다. 대한제국 최초의 금화인 5원과 10원, 20원화도 빼놓을 수 없다. 심 팀장은 "근대화폐는 외세에 저항하려고 했던 전환기의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고, 형태와 제조방식의 변화 등 근대화폐의 도입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 화폐사적으로 높은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위 화폐라고 하면 종이로 만들어진 지폐나 동그란 모양의 동전을 떠올린다. 화폐박물관에선 화폐라고 믿기 어려운 형태의 금속화폐를 접할 수 있다. 중국의 농기구와 칼 모양을 본떠 만든 '포전'과 '도전', 말발굽처럼 생긴 '마제은', 우리나라 '은병'이 대표적이다. 이 중에서도 은병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심 팀장은 "은병의 한 종류인 대은병은 은으로 제조되는데, 발행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동을 함유시킨 위조 대은병이 유통되기 시작했다"며 "이로 인해 대은병의 가치가 계속 하락해 화폐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인 동전과는 다른 형태의 화폐는 각 나라의 정서를 대변하는 의미가 있으나 대부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명목가치와 실질가치의 괴리가 커져 화폐로서의 기능을 잃어 사라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화폐박물관에선 역대 대통령들의 흔적도 찾을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부터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이 서명한 은행권이 전시돼 있다. 우리나라 첫 기념은행권인 2018 평창동계올림픽 기념 '이천원권'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서명이 있다.

화폐박물관 내부 갤러리에선 한은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품도 관람할 수 있다. 신 팀장은 "1950~1970년대 사회적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미술계의 경제적 여건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의 요청 등에 따라 국전 입상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취득해 사무 환경 개선용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부터는 건물 신축 시 관계법령에 따라 의무적으로 구입한 것이 대부분이다. 2013년부터는 젊은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후원하기 위해 신진작가 공모를 네 차례 실시했다. 

심 팀장은 "화폐박물관을 조금 더 알리기 위해 올해 4월엔 홈페이지 개편 작업이 완료된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디지털 기반 홍보전략를 수립해 국민들에게 더 다가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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