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 중앙은행 "가계부채, 경제 성장에 심각한 영향 계속"
30일 태국 영자매체인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마티 수파퐁세 태국 중앙은행 부총재는 "최근 가계부채가 어느 정도 안정되고는 있지만 향후 몇 년 간 경제 성장에 있어서 심각한 영향이 계속될 것이다"며 "앞으로 민간 소비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태국 중앙은행 자료를 보면 태국의 가계부채 규모는 올해 3월 현재 11조5000억 바트(약 389조1600억원)로 2010년 말 6조4100억 바트(약 216조9100억원)보다 80%나 급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작년 말 기준 81.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도한 가계부채는 특히 저소득층을 소득과 금리 충격에 취약한 상황으로 밀어 넣음으로써 소비를 끌어내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과거 태국의 민간 소비는 보통 매년 4~5%씩 성장한데 반해 최근 몇 년 동안에는 높은 가계부채의 영향으로 2~3% 성장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수파퐁세 부총재는 "지난 1~2년 동안 가계 소득 일부가 가계 빚을 갚는데 쓰였기 때문에 소비 증가율이 2~3%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 태국 정부, 가계부채 증가세 억제 대책 고심
상황이 이렇자 태국 정부는 가계부채 급증세를 억제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 내달부터 신용카드와 개인대출 한도를 낮추는 등 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태국 중앙은행은 기존 월 소득의 5배 수준이었던 신용카드 한도액을 소득별로 차등해 제한키로 했다. 이에 따라 카드 신청자가 월 소득 3만 바트(100만원) 미만이면 월 소득의 1.5배, 3만 바트~5만 바트(170만원) 미만은 월 소득의 3배, 5만 바트 이상은 월수입의 5배로 각각 한도를 적용한다.
이와 함께 태국 중앙은행은 이자율에 대한 새 법안도 시행한다. 기존과 신규 구분없이 신용카드 상한금리를 연 20%에서 연 18%로 낮춘다.
또 개인 대출 한도액은 다음달 1일 이후 신청자를 대상으로 월 소득 3만 바트 미만이면 1회 월평균 소득의 1.5배, 3만 바트 이상이면 5배를 적용한다. 개인 한도액은 지금까지 월수입의 5배였다. 다만 이같은 한도액은 자동차대출, 주택대출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아시아 외환위기 20년: 동남아 외환위기 경험국들의 경제 안정화 성과와 과제' 보고서에서 "말레이시아와 태국에서 주택 관련 가계부채 억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