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전세 가격 상승에 따른 전세자금 대출 증가세까지 더해질 경우 올해 가계부채 관리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7조원 규모로 출범한 신생아 특례대출이 지난 1월 출시 후 3주 만에 신청액 3조3900원을 넘겼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1~3%포인트 낮아 출시 전부터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처럼 가계부채 급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까지 전체 신청액 중 73%가 특례보금자리론 등에서 갈아타기로 넘어온 대환 수요인 것으로 파악됐다. 원지환 한국은행 차장은 "제도 시행 초기라 대환 수요 비중이 훨씬 컸다"며 "당장 2월 가계대출 증가에 의미 있는 숫자로 반영됐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신생아 특례대출이 늘어날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실제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에서 특례 대상인 임차보증금 5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이 늘고 있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통계를 보면 이달 들어 지난 14일까지 신고된 전세 거래 2684건 중 보증금 5억원 이하는 1565건(58.3%)에 달했다. 지난해 11월(49.7%), 12월(49.9%), 올해 1월(52.6%), 2월(55.1%) 등으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일각에서는 신생아 특례대출이 가계대출에 미칠 파급력에 회의론을 제기한다. 대상 자격이 2년 내 출산·입양한 가구에 한정돼 수요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원 차장은 "신규 수요가 많아야 하는데 아직은 그 정도 상황이 아니다"라며 "심사 과정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는 등 집행률도 100%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생아 특례대출이 지난달 1100조원을 넘은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폭을 더 키울 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지는 4월 이후 수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역전세 상황이 완화하며 지난해 주춤했던 전세대출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지난달 전국 주택종합 전세 가격은 0.03% 올라 지난해 7월 이후 7개월 연속 상승세다. 신생아 특례대출 신규 잔액 증가에 3~4월 이사철 전세자금 대출까지 몰릴 경우 가계부채 리스크를 키우는 뇌관이 될 수 있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출산 지원 등 정책 목표가 확실한 사업은 추진해야 한다"면서도 "신생아 특례대출이나 특례보금자리론, 청년대출 등 빚을 내 집을 사도록 유도하는 정책은 가계부채가 불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신생아 특례대출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도 아니라 건전성 관리에 한계가 있다"며 "(주택 정책은) 주거 복지를 공공이 책임지는 식으로 바꾸는 등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