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원자들 중 태반이 박사급 이상이에요. 대졸로는 명함도 못 내밀죠. 그런데 박사들끼리 경쟁해도 실제 취업에 성공하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더라고요. 눈높이를 낮추자니 그동안 준비해 온 시간이며 돈이 아깝고, 그렇다고 아무데나 들어갈 수도 없고, 이래저래 한숨만 나옵니다.” (사회학 박사 수료 취업준비생)
“이거 뭐 지원하는 사람이 있어야 뽑던가 하죠. 취업난이라는데 말뿐인 거 같아요. 다들 대기업이나 공기업 가려고 하지 우리 같이 이름 없는 중소기업은 거들떠보려고 하지도 않아요. 직원들 나이만 들어가고... 워낙 일할 사람이 없다보니 지금은 외국인 인력 쪽으로 알아보고 있어요.” (모 중소기업 인사관리과 과장)
대기업의 경우 박사급 등 고급 인력 지원자 수가 채용 규모보다 많거나, 막상 기업에서 요구하는 학력 또는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어 구직난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소기업은 청년 지원자가 거의 없다시피 해 신규 채용이 이뤄지지 않는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 해소에 주력하고 있지만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벽은 보다 견고해졌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가 23일 발표한 '2017년 상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1분기 들어 사업체 내 미충원 인력은 9만4000명으로 전년대비 3000명(3.4%) 증가했다.
특히 기업 규모별로는 300명 미만 중소기업의 미충원율이 12.6%로 300명 이상 대기업(4.6%)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미충원 사유로는 '임금수준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 23.8%로 가장 많았다.
특히 박사급 등 직능 수준이 높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는 '사업체에서 요구하는 학력·자격 또는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기 때문'이 41.7%로 주된 이유로 꼽혔다.
학력이나 경력, 자격증과 무관한 직능 분야는 '임금수준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와 맞지 않기 때문'(23.8%), '구직자가 기피하는 직종이기 때문'(16.5%) 등의 순이었다.
이런 이유로 금속가공 등 뿌리산업에 속한 중소기업은 여전히 인력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의 채용규모 감소는 올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나왔다.
올해 2분기에서 3분기까지 기업들의 채용계획 인원은 30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00명(1.5%) 줄었다.
회사 규모별 채용계획을 보면 300명 미만 기업이 27만4000명으로 전년보다 1.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300명 이상 기업은 3만3000명으로 1.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고용부는 올 3분기까지 대기업 고용이 다소 늘더라도 중소기업 감소폭이 커 전체 고용 규모로 볼 때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노동시장 양극화는 ‘일자리 미스매치’가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최근 극심한 취업난은 대기업, 정규직 등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노동시장에 첫 발을 디디지 못한 청년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대졸 이상은 대기업과 공기업을 선호하는 등 눈높이가 높지만, 관련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때문에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느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좋은 일자리 구하기에 매진하는 ‘청년 니트족’이 늘어나고 있다. 청년 니트족은 학생도 아니고 취업자도 아닌 상태에 있는 청년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들 청년 니트족을 취업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청년들이 졸업 후에도 취업 준비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학기 중에 기업에서 요구하는 직무 능력을 익혀 졸업과 동시에 취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청년의 사회 진입 지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교육 시스템을 취업과 연계하는 ‘일·학습 병행제’가 하루빨리 뿌리내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