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街 백블] 롯데 소액주주들 ‘4개사 분할합병’ 막는 까닭

2017-08-1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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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비리 혐의 관련 재판 중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롯데 소액주주들이 롯데그룹 4개 계열사(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의 분할·합병을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해 7월 롯데쇼핑을 제외한 나머지 3개사 소액주주 56명이 결성한 롯데소액주주연대모임(대표 이성호, 이하 연대모임)이 반대의 주역이다.
연대모임은 지난 14일 공개한 국민연금에 보낸 탄원서를 통해 이번 분할합병 시도는 주주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은 롯데쇼핑 6.07%, 롯데제과 4.03%, 롯데칠성음료 10.54%, 롯데푸드 12.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 4월 롯데제과 등 4개사의 분할합병을 통해 ‘롯데지주 주식회사’ 출범을 예고했고, 오는 29일 4개사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를 확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롯데의 이 같은 합병 시도에 대해 롯데 소액주주들은 “롯데쇼핑의 심각한 사업위험을 나머지 3개사 주주들에게 떠넘기려는 얄팍한 경영진의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연대모임은 이번 분할합병안의 문제점으로 △롯데쇼핑의 합병비율 산정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순실·박근혜의 국정농단 연루 △합병비율 산정가 및 매수청구가의 괴리 △롯데그룹의 조직적인 소액주주 탄압 등을 꼽았다.

다만 일각에선 이들 소액주주가 롯데의 분할·합병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가 따로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앞서 이 모임은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그의 자문역인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을 특별고문으로 선임했다. 신 전 부회장이 소액주주들을 앞세워 신동빈 회장이 학수고대하는 지주사 전환을 막으려는 시나리오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실제 연대모임은 탄원서를 통해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신 회장이 향후 재판에서 유죄를 받을 경우,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경영권을 상실하기에 한국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롯데그룹은 소액주주들의 반대 입장에 대해 “지주회사 전환은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투자와 사업의 분리를 통한 경영효율성을 높여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오는 29일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지침 규정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

2014년 보건복지부가 개정한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지침에 따르면 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기업분할과 주식교환과 관련, 사안별로 검토해 행사하되 ‘주주가치의 훼손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반대한다고 돼있다. 롯데 소액주주들 또한 ‘주주가치 훼손’을 쟁점으로 제기한 만큼, 이 부분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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