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배우가 기억하는 작품 속 최고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배우의 입장, 관객의 입장에서 고른 명장면을 씹고, 뜯고, 맛본다. ‘별별 명장면’은 배우가 기억하는 장면 속 특별한 에피소드와 의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다. 61번째 타자는 영화 ‘박열’(감독 이준익)의 주인공 이제훈이다.
영화는 1923년 도쿄, 6천 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이제훈 분)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최희서 분)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극 중 이제훈은 독립운동자 박열 역을 맡았다.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죠. 둘의 관계가 잘 드러난 건 교도소신인 것 같아요.”
“두 사람을 보고 놀란 박열에게 가네코 후미코는 코를 찡긋하며 신호를 보내요. 이건 두 사람만의 사인 같은 거예요. 동지이면서도 연인인 단단한 관계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관계를 보여주는 건 쉽지 않았어요. 보통의 로맨스라면 포옹이나 스킨십 같은 접점, 부딪치는 게 있어야 하는데 이들은 신념과 사상, 생각으로 얽힌 관계잖아요? 그게 다른 영화와 차별성이지만요.”
이제훈과 최희서는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연인 관계인 것을 보여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사랑을 넘어 단단하게 얽혀 있는 두 사람을 표현하려 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시나리오에는 두 사람의 애정 표현 같은 게 없었어요. 감독님께 ‘그래도 우리가 연인인데 그런 부분이 표현돼야 하지 않을까요?’ 묻기도 했었죠. 그러자 감독님은 ‘그런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 신념 적으로 만났고 발전했다’고 하셨어요.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또 감독님의 의도도 알지만, 연기할 땐 그래도 뭔가 필요하잖아요. 고민하던 찰나 (최)희서 시가 먼저 액션을 보여줬어요. 감옥에서 코를 찡긋하는 모습이었죠. 저 역시 화답하고 싶었어요. 그게 최소한의 표현이었죠.”
코를 찡긋하는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만의 사인으로 인해, 두 사람은 더욱 긴밀하고 애틋한 관계로 표현됐다. 이제훈과 최희서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는 못 느꼈는데 촬영을 하면서 박열이라는 인물은 가네코 후미코로 인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가 당시의 박열을 이끌어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사랑, 이상의 단단한 관계. 거침없이 저항하고 불꽃같이 타올랐던 가장 불량한 청춘을 그린 ‘박열’은 오는 28일 개봉될 예정이다. 러닝타임은 129분이며 관라등급은 12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