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파격→반쪽’ 롤러코스터…“文정부 위기 끝 아닌 시작”

2017-05-3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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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진통 끝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 인준안이 31일 국회 본회의를 가까스로 통과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는 내각 제청권을 가진 국무총리 자리의 퍼즐을 맞추게 됐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진짜 고비는 이낙연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 이후 시작될 전망이다. 정부 출범 이후 협치 첫 시험대에서 당·청의 내상은 깊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11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의 운명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군 당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추가 반입 고의 누락 파문과 이에 따른 국회 검증론은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보수진영에서 제기하는 ‘국면전환용 인사청문회 방패 카드’ 논란도 넘어야 할 산이다.

◆文정부, 첫 협치 시험대 실패··· 책임총리 글쎄 

파격으로 시작한 이 총리의 인선 과정은 21일간 롤러코스터를 탄 끝에 반쪽으로 전락했다. 앞서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이 총리 지명 당시 정치권 안팎의 평가는 ‘협치 카드’에 방점을 찍었다. 호남 출신 총리 지명을 통해 국민의당 등 소연정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긍정적 평가는 오래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인 ‘공직 배제 5대 기준(병역 면탈·부동산 투기·위장 전입·세금 탈루·논문 표절)’의 덫에 걸렸다. 이 총리는 이 중 네 가지 의혹에 휩싸였다. 문 대통령이 이 총리 인준안 반대에 대해 “청문회가 정치화됐다”고 토로했지만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셈이다.

실제 이날 인준안 과정은 ‘자유한국당의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보이콧→의원총회 지연’ 등으로 애초 시간보다 한 시간 반가량 늦춰진 오후 3시 30분께 본회의가 열렸다. 한국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입장한 뒤 표결 때 전원 퇴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총리가 ‘반쪽 총리’로 전락한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문 대통령과 이 총리의 리더십 확보다. 순항하던 문재인 정부가 인사청문회 정국에 막히자, 고육지책으로 ‘빅딜 카드’가 부상했다. 이 총리 인준안에 협조하는 대신, 자녀 이중 국적과 유령회사 설립 의혹을 받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를 낙마시키는 정치적 딜이다. 강 후보자가 낙마한다면, 한·미 정상회담 협의는 사실상 난항 속에 빠진다.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역설한 문재인 정부조차 정치 폐단인 빅딜 카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 총리도 상처뿐인 영광에 그치면서 책임총리제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총리 임명안이 통과했지만, 반쪽 총리가 됐다”면서 “강 후보자는 국회 표결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빅딜 카드는 성립이 안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진통 끝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 인준안이 31일 국회 본회의를 가까스로 통과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는 내각 제청권을 가진 국무총리 자리의 퍼즐을 맞추게 됐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사드, 인사청문회 방패용”··· 野 당분간 선명성 경쟁

실제 박근혜 정부에선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임명을 놓고 당시 야당인 민주당 등이 ‘해임결의안’을 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강행했다.

이 지점은 문 대통령에게도 딜레마다. 강 후보자뿐 아니라 한국당 내부에서 반대 기류가 뚜렷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대치 정국은 한층 심화될 수밖에 없다. 빅딜 카드를 택한다면, 정국 주도권 실기로 이어진다.

이 경우 일자리 추경을 비롯해 2월 임시국회에서 불발된 상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근로시간 단축 법안 등 재벌·검찰·노동 개혁이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이날 화약고 의제인 ‘세월호 특별조사위 2기 출범’을 위한 법안 처리도 천명했다.

야권 일각에서 문 대통령의 사드 진상조사를 놓고 “국면전환용 카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이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에 민감한 이슈에 기름을 부은 것도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

야권에선 이날 일제히 “사드에 스스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자해행위”(정우택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문 대통령의 대응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아마추어 수준”(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총리와 장관 인사청문회로 쏠리는 이목을 딴 곳으로 돌리려는 좋지 않은 의도”(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비상체제인 야 3당(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과 당분간 선명성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적 조건도 문 대통령의 고민 지점이다. 차 교수는 “7·3 전당대회를 앞둔 한국당 등은 당권 경쟁으로 당분간 문재인 정부와의 정치적 타협을 얘기할 수 없다”며 “이 경우 국회 선진화법을 넘은 의석수인 180석 확보를 위한 협치는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69주년 국회개원기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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