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365] 춘래불사춘…꽁꽁 언 K뷰티

2017-03-17 03:00
  • 글자크기 설정

조현미 생활경제부 차장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 2017년 3월의 화장품산업을 이보다 더 적절하게 표현하는 고사성어는 없을 것이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을 이용하면서 우리 경제는 안정을 되찾았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덕분이다. 하지만 화장품 업계는 예외다. 오히려 탄핵 전보다 악화됐다.

가장 큰 문제는 내수다. 장기화된 경기불황에 정치적 불안이 더해져 사람들은 지갑을 굳게 닫았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2.2% 줄어들었다.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연속 감소다.

소매판매는 지난해 11월 0.3%, 12월 0.5% 줄어든 데 이어 1월에는 감소폭이 4배 가까이 커졌다. 소매판매가 3개월간 계속해서 줄어든 것은 세계적인 금융 위기 당시인 2008년 8월∼12월 이후 처음이다. 돈을 안 쓰는 소비위축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쪼그라든 내수를 보완해주던 건 유커(중국인 관광객)였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총매출액은 12조2757억원으로 전년의 9조1984억원보다 33.5% 증가했다.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하는 기록도 세웠다.

국내 1위 면세점 업체인 롯데면세점이 운영하는 시내면세점 매출의 80%가 유커 주머니에서 나왔다. 핵심 매장인 서울 소공동 본점의 경우 지난해 거둔 3조1600억원의 매출 가운데 2조6000억원이 이들에게서 발생했다.

특히 화장품 선호도가 높았다. 유커의 한국산 화장품 사랑 덕분에 지난해 면세점의 화장품 매출은 6조2869억원으로 2015년의 4조1452억원과 비교해 51.7% 급증했다. 국내 1위 면세점인 롯데면세점(50%)은 물론 신생 시내면세점인 신세계면세점(60%)·HDC신라면세점(75%) 모두 실적의 절반 이상을 화장품이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특수를 기대할 수 없다. 우리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추진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15일부터 한국여행 금지령을 내려서다. 우리나라의 한국관광공사에 해당하는 중국 국가여유국은 이날부터 중국 모든 여행사에 한국관광 상품 판매를 중단하도록 했다. 일반 여행사는 물론 온라인 업체도 마찬가지다. 앞서 대형 여행사를 대상으로 한국 여행객을 20% 줄이라는 지침을 내린 데 이은 조처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1720만명 가운데 유커는 806만명(46.8%)에 달한다. 현지 여행사의 단체관광 상품을 통해 입국한 유커는 40% 정도로 추산된다. 또 10~15% 정도는 여행사 등에서 판매하는 에어텔(항공권+숙박상품) 이용자다. 로 추정된다. 중국 당국의 조치로 440만명이 넘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자유여행을 오는 '싼커(개별여행객)' 전망도 밝지 않다. 중국 여행사를 통한 중국인의 비자 대행도 방한 금지령으로 사실상 불가능해져서다. 앞으로 한국을 여행하려면 개별적으로 한국대사관 등을 방문해야 하므로 싼커의 증가폭도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출도 어려움에 빠졌다. 중국 수출 규모는 매년 30%가 넘게 성장하며 우리나라 화장품 최대 수출국이었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대한화장품협회의 '국가별 1월 수출입 실적 현황 ' 자료에 따르면 중국이 여전히 1위 수출국을 차지했지만 수출액은 1억266만8000달러(약 1172억원)에 머물렀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수출액은 10.0% 늘어나는 데 그친 것이다. 지난달 주요 수출국 가운데 대만( -11.0%)과 태국(-2.6%)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신장률이다.

이는 중국의 잇단 경제보복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중국 정부는 통관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한국산 화장품의 현지 판매를 방해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 스킨케어 제품과 애경의 샴푸 제품 등이 중국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에 발목이 잡혀 현지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화장품 수출 1위 국가인 중국 악재는 화장품 수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 1월 화장품 전체 수출액은 3억44만 달러(3430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6.0% 늘어나는 데 머물렀다. 최근 1년간의 실적과 비교하면 작년 11월(25.1%) 이후 가장 낮은 신장률이다. 화장품 총수출액은 정부가 사드 배치를 공식화한 지난해 7월에도 42.5%의 성장을 기록했다. 사드보복이 본격적으로 거론된 12월에도 34.8% 늘었다.

업계는 내수·수출 이중고에 할말을 잊었다. 해법을 찾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어느 때보다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소비절벽을 부추기는 사회·경제적 불안정은 민간이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중국에 충분한 설명 없이 사드 배치를 밀어붙였던 외교 실수 역시 마찬가지다. 고군분투하는 화장품 업계에도 봄날이 오길 고대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