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소송에 쏠린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소송 결과에 따른 후폭풍 역시 심각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당장 기아차의 경영 위기는 현실화됐다. 기아차는 재판부의 판단금액에다 전체 인원 확대 적용 및 소송에 포함되지 않은 기간의 소급분까지 더하면 1조원가량을 3분기 실적에 즉시 충당금으로 반영해야 한다.
자동차 업계와 재계를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이번 통상임금 판결에 대한 법원이 판단이 섣불렀다는 의견을 냈다. 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을 제대로 따져봤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산업계 전체가 소송전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상시 근로자 100인 이상 115개 기업이 소송 중이다.
또 다른 자동차 업체인 르노삼성은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반대 58.3%로 전격 부결됐다. 앞서 르노삼성은 지난달 30일 올해 3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 협상에서 잠정합의를 도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다음날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1심 선고 결과를 보고난 이후 노조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다.
그나마 이렇게 할 수 있는 곳들은 대규모 사업장이다. 노조가 없는 소규모 사업장은 아무리 근로자들이 통상임금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도 회사를 상대로 소송에 나서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현상이 이어지면 결국 노조 있는 대기업 근로자와 노조 없는 기업·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의 말을 빌리자면 "통상임금 논쟁의 최종 수혜자를 '좋은 일자리'를 가진 정규직 근로자로 귀결시켜 노동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다. 그들만의 리그일 뿐,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선고 이후 다행인 점은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것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긴 하지만 말이다.
통상임금 논란에서 가장 자주 지적되는 부분은 법에 통상임금에 대한 정의와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현행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 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일급·주급·월급 또는 도급 금액'이라고 규정돼 있다. 이 같은 명확하지 않은 통상임금의 정의로 노사 간의 해석 차이가 생겼다.
당장 통상임금의 개념과 범위가 법에 명확히 규정되면 무분별한 소송이라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명확하게 나뉘는 사안인 만큼 법제화까지 넘어야 할 산 역시 많은 게 문제일 것이다. 결국 근본적 변화를 위해서는 협력적인 노사관계가 필요하다. 회사가 없으면 직원도 없는 것 아닌가. 회사와 직원은 싸워야 할 적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할 동반자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