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작년 한 해 미국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영화 중 여성을 주인공으론 내세운 작품이 크게 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학의 TV·영화 속 여성 연구센터가 이번 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00대 흥행작 중 여성이 주연인 영화는 1년 전 7편에서 29편까지 껑충 뛰어오르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남초·브로맨스가 어느새 '흥행공식'으로 자리잡은 한국 영화계를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부러울 수밖에 없는 소식이다.
그러나 연구를 집필한 마샤 마우젠은 이번 결과를 마냥 반갑게 받아들이지만은 않았다. 마우젠은 “이것은 앞으로 다시 못 볼 이례적인 현상일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어쩌면 여성 감독이나 작가를 쓰는 것보다 여성 주인공을 내미는 것이 영화계 성차별을 비교적 간단히 해소하는 방법으로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할리우드의 뿌리깊은 성차별을 꼬집었다.
반면 할리우드 여성 배우들은 성차별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거침이 없다. 제니퍼 로렌스는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은 의견을 밝히면 불쾌하게 받아들여진다”며 남녀 배우의 임금 격차를 비판했고 엠마 왓슨은 “할리우스 영화산업에서 성차별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케이트 블란쳇은 “남성 감독은 실패해도 시간이 지나면 기회가 다시 오지만 여성은 그렇지 않다”며 여성을 배척하는 할리우드의 풍토를 지적했다. 서서히나마 할리우드의 변화를 이끄는 것은 이러한 여성 배우들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을 편견없이 받아들이는 관객은 그 변화를 조금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