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정부가 구글의 지도 해외 반출 신청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 제도 개선으로 정부정책이 거듭나야 한다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도 반출에 따른 안보문제는 향후 구글 측과 협의를 거쳐 해결할 수 있지만, 미래 먹거리인 자율주행차 등 분초를 다투는 첨단 산업의 글로벌 경쟁에서 더이상 뒤처지지 않으려면 '내줄 건 내주고 받을 것은 받겠다'는 뼈저린 각오가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지도정보기술의 패권을 쥐면 전 세계를 달리게 될 자율주행차에 자사 지도정보를 탑재시킬 수 있게 돼 지도정보 공급 업체로서 관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분야 선봉에 나선 구글은 구글맵 사업을 10년 전부터 시작해 투자해왔다. 구글은 구글맵 이라는 전 세계의 2차원 지도정보를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카메라를 탑재한 차량을 파견해 도로 주변 정보를 촬영하고 인터넷에 공개하는 '스트리트뷰' 서비스도 개발했다.
구글은 지도정보기술을 확충하기 위해 지난 2013년 이스라엘 지도제작 업체 웨이즈(Waze)를 인수, 이용자들이 교통정체와 사고 등 도로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기능까지 손에 넣었다. 이 기능은 이미 구글맵에 적용돼 지도와 교통정보를 활용한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다.
자율주행차 시장 선점에 초점을 맞춘 구글은 자동차 제조업체 현대자동차, 아우디, GM, 혼다 등과 함께 '오픈 오토모티브 얼라이언스(OAA)' 결성해 구글의 모바일 기본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서고 있다.
오는 2020년 자율주행차 투입을 목표로 제시한 구글은 지주회사 알파벳 산하에 자율주행차 관련 별도 법인 설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획과 연동되는 형태로 구글의 지도정보기술 획득이 진행되고 있으며, 지도정보에서 패권을 쥔 뒤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하려는 구상이다.
구글을 따라 잡기 위해 자동차 업체들도 지도정보 획득 전쟁에 뛰어들었다. BMW와 아우디, 다임러는 노키아 산하에 있던 지도제작 업체 히어(Here)를 28억 유로(약 3조5000억원)로 인수했다. 내로라하는 자동차 업체들이 거액을 투자하면서 지도제작 업체를 인수했다는 점은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지도정보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최근 자동차 업계의 IT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지도정보에 여러가지 데이터를 접목해 인공지능(AI) 기술인 머신러닝(기계학습)과 딥러닝(심층학습)을 적용시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차량 공유서비스 업체 우버도 자제 지도 제작을 위해 5억 달러(약 5500억원)를 투입해 구글 지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계획이다. 우버가 자체 지도정보를 보유하게 되면, 자율주행차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스타트업관계자는 "글로벌 업체들은 지도정보를 놓고 앞다퉈 경쟁하는데, 네이버나 다음은 지도정보에 있어서 글로벌 진출 계획이 없는지 영어 서비스가 일체 없다"며 "해외에 선보일 위치 기반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영어가 기본으로 깔려 있어야 되기 때문에 구글지도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