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구글의 국내 지도 서비스가 절실합니다"
위치기반 맛집서비스 '식신'을 운영하는 안병익 씨온 대표는 22일 구글의 한국지도 해외 반출 논란과 관련해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국내 맛집을 소개하고, 예약,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지만 구글 지도가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길을 찾을 때, 한국지도 서비스를 잘 모르기 때문에 중국지도 서비스인 '바이두 지도'를 본다. 그러나, 바이두가 제공하는 한국지도는 정확성이 떨어져 자연스럽게 구글지도를 펼치게 된다. 다른 외국인 관광객들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구글이 신청한 한국지도 데이터 반출의 승인 여부를 오는 24일까지 결정한 후 25일 구글에 통보한다. 구글은 지난 6월초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을 직접 찾아가 5000분의 1 정밀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신청했다.
당초 정부는 구글이 해외에서 제공하는 위성 이미지에서 청와대, 군사시설 등 민감한 지역 정보를 삭제하면 반출을 허용할 수 있다는 조건을 제시했지만, 네이버 등 국내 업계가 논란에 뛰어 들면서 '조세회피' 등 지도반출과 무관한 소모적인 논쟁에 빠져들었다.
먼저 구글의 조세회피와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BEPS(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 문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논의되는 것이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관점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일각에서 제기한 BEPS가 시행되면 한국 정부의 구글 과세가 용이해질 수 있다는 관측은 너무 단순한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반대로 BEPS로 인해 해외로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과세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구글이 제대로 세금을 내고 있지 않다고 판단되면, 과세 당국이 잘 조사해서 세금을 내게 하면 되는 것이지, 이번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두면, 지도를 해외로 반출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구글의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는 보안성과 효율성, 안정성을 고려해 클라우드에 분산하기 때문에 전 세계 곳곳에 위치한 복수의 데이터센터에 저장된다. 즉,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해도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 허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관계자들은 구글이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짓지 않은 이유에 대해 "조세회피가 목적이기 때문"이라 지적하지만, 구글의 데이터센터 구축은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된다. 구글의 설명에 따르면, 고려되는 요소로 사용자와의 근접성, 탄탄한 현지 인프라, 안정적인 전력공급, 합리적 사업 규제와 비용 등이다. 구글의 지도서비스가 완벽하게 구현되는 일본에도 구글의 데이터센터는 없다.
이달초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김경태 한국관광공사 전략팀장은 "2020년까지 2000만명의 관광객을 모집해야 한다"면서 "한국을 찾는 관광객 패턴이 단체 관광에서 개별 관광으로 70% 이상 바뀌고 있고, 이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를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구글의 세금 문제는 과세 당국에게 맡기고, 경쟁과 혁신이라는 관점에서 구글 지도 반출 문제가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