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외환위기급으로 급등하고 코스피 지수는 2500선을 내준 지 오래다. 트럼프 트레이드 후폭풍으로 국내 자본시장이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로 대표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를 흔들고 있는 모습이다. 내년 집권 후에는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 '신(新) 3고'가 다시 도래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대내외 여건 변화를 반영한 경제 정책 기조의 전환이 시급해 보이는데 관련 리더십은 눈에 띄지 않는다. 18일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몰려오는 '트럼프 폭풍'을 직시하지 못하는 정책 당국자들의 안이한 인식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실제 최근 원·달러 환율이 무시로 1400원대를 웃도는 상황과 관련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와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하며 트럼프 당선에 따른 세계적 현상이라 정부 개입이나 환율 방어가 불필요하다는 식으로 언급했다.
정부는 수년째 경기 전망과 세수 예측에 실패하며 '실기론'과 '책임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재집권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훨씬 고조된 만큼 기존 경제 정책의 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앞서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며 국세수입이 올해보다 4.1% 늘어 382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봤다. 올해 세수 결손을 야기한 법인세 수입이 다시 늘 것이라는 판단이다.
올해 30조원 규모의 세수 결손이 난 상황을 고려하면 내년 국세수입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올해보다 57조원을 더 걷어야 한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예측이다.
윤석열 정부의 슬로건과 같은 건전재정 기조 역시 내수 진작과 성장 잠재력 지원, 필수 공공재 공급 등 정부 역할과 배치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장기 재정 구조상 정부 의무지출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재정 건전성 제고를 위해 재량지출을 줄이면 향후 경기 대응은 물론 신규 국책 사업 추진, 미래 먹거리 육성 등에서 허점을 보이게 된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상 상황에 대비한 재정 실탄 확보가 시급하다"며 "재정긴축과 감세정책 기조를 전환하고 재정 건전성은 동태적 균형 추구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