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중국 위안화(RMB)의 특별인출권(SDR) 바스켓(산정 대상) 편입은 시간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위안화의 SDR 편입이 실현될 경우 중국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위안화의 국제화 전략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을 방문 중인 라가르드 총재는 20일(현지시간) 상하이(上海) 푸단(復旦)대학교에서 연설을 마친 후 관련 질문이 나오자 "(위안화의 SDR 바스켓 편입은) 되는가 안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이냐의 문제"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등 주요외신이 보도했다.
'제3의 통화'로 불리는 SDR은 1970년에 만들어진 국제준비통화다. 현재 SDR 통화 바스켓은 미국 달러화, 영국 파운드화, 유럽연합(EU) 유로화, 일본 엔화 4개국 통화로 구성돼 있다.
IMF는 5년마다 논의를 거쳐 바스켓 구성과 통화 비율을 결정한다. 이 제도를 통해 IMF 회원국들은 국제수지가 악화됐을 때 IMF로부터 담보 없이 외화를 인출할 수 있다. 이들 4개 통화의 시세를 가중평균하는 방법으로 가치를 결정한다.
IMF는 2010년 SDR 통화별 가중치 변경 때 달러화 41.9%, 유로화 37.4%, 파운드화 11.3%, 엔화 9.3%로 조정한 바 있다. 당시에도 중국 위안화가 SDR 통화 바스켓에 편입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결국 '부적격' 판정이 내려졌다.
당시 IMF는 "위안화가 SDR 바스켓에 편입될 만큼 자유롭게 사용하거나 바꿀 수 있는 통화는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유럽의 경우 역내 각국의 대중국 무역 규모와 위안화 결제 비중이 크게 확대됐다. 이에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위안화는 캐나다달러와 호주달러를 제치고 5위 무역결제 통화로 부상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위안화가 SDR 통화 바스켓으로 편입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IMF는 오는 5월 비공식 이사회를 열어 위안화를 SDR 통화 바스켓에 포함할지를 검토하고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뒤 하반기 회원국 회의에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공식 결정 때는 회원국 지분별로 총투표수의 85%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중국은 위안화의 SDR 통화 편입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앞서 이강(易綱)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 겸 인민은행 부총재는 최근 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현재 이 사안을 검토 중이며 IMF와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있다"면서 "IMF가 위안화 국제화 발전을 위해 위안화를 SDR 통화로 편입하는 것을 깊이 고려해주길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지난 2009년 이후부터 본격 추진해온 위안화 국제화를 앞당기기 위한 목적 때문이다. 여기에는 달러에 맞서 위안화를 세계 주요 기축통화로 만들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파워를 가세해 미국 주도의 세계 금융패권을 재편하려는 중국의 야심이 깔려 있다.
한편,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중국의 최대 도전과제는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에 빠지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진국 함정은 개발도상국이 저임금과 수출 주도 정책을 바탕으로 경제발전 초기에는 순조롭게 성장하다가, 중진국 수준에 와서는 임금 상승 등으로 상품의 가격 경쟁력 등이 떨어지면서 성장이 장기간 정체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라가르드 총재는 "경제라는 찻잔을 좀 천천히 끓이면 더 깊은 맛이 우러난다"면서 급격한 성장을 추구하기보다 저속 및 고품질 위주 성장으로 눈을 돌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