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봉 다음 날인 지난 15일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만난 이승기는 첫 영화에 대해 “워낙 쟁쟁한 선배님들 작품이 많아 걱정을 했지만 주변에서 관심을 보여줘서 힘이 난다”고 말문을 열었다.
“오랜 기간 연예인으로 활동하다 보니 영화가 처음이라는 말에 놀라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예전에는 드라마, 예능, 콘서트, 해외투어라는 일종의 사이클이 있었죠. 영화를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 못한 경우가 많았어요. 예능을 그만두고 나니 선택의 폭이 좀 넓어졌죠. 그러다 박진표 감독님 작품이라는 말에 믿고 결심했죠. 창피한 모습은 보이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이승기가 ‘오늘의 연애’에서 맡은 역할은 초등학교 교사 준수. 준수는 18년째 친구로 지내고 있는 현우(문채원)의 뒤치다꺼리 전문이다. 매일 밥을 먹고 영화도 보고 술 취하면 데려다 주고 손도 잡아 준다. 오피스텔 비밀번호까지 알아 청소까지 해주는 ‘우렁각시’와 같은 존재다. 속마음은 현우와 연인이 되고 싶지만 18년째 ‘썸’만 타는 조금은 답답한 친구 아닌 친구 같은 친구다.
“캐릭터가 조금 답답한 면은 있지만 연기하는 데 있어 짜증이 나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사실 썸을 타는 건 제 스타일이 아니긴 해요. 설령 차이더라도 적극적으로 표현해요. 준수와는 정반대죠(웃음). 제 혈액형이 B형인데 감추는 걸 싫어해요. 솔직한 편이죠. 사랑, 연애뿐만 아니라 뭐든지 직설적으로 말하는 편이에요. 상처받았다라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요. 하지만 그게 뒤끝이 없고 좋은 것 같아요.”
VIP시사회 반응은 좋았다. 영화를 해보기 전에는 동료 연예인이 VIP시사회에 초대하면 가벼운 마음으로 갔는데, 주인이 되고 보니 부담감이 컸다고. 그래도 이승기를 보고 배우 이성민, 조성하, 방송인 최화정, 씨스타 보라, 구하라, 대선배 이선희가 참석했다. 강호동은 녹화가 있어 다음을 기약했다.
“설득을 당했죠(웃음). 제가 모델로 있는 KB에서 정기적으로 어린 친구들과 에버랜드에 가거든요. 가서 놀이기구를 타는 건데 저 때문에 프로그램이 바뀌었어요. 동물원 사파리 투어로 바뀌었죠(웃음). 사파리가 딱 제 스타일이죠.”
콜라도 많이 먹게 했다. 준수가 술을 못 마시는 캐릭터인 것. “진짜 콜라를 많이 마셨다. 결국에는 커피로 바꿨는데, NG가 나면 콜라는 계속 마시기 힘들어 커피를 달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첫 주연작에서 호흡을 맞춘 문채원과는 동갑내기 친구로 원래 친분이 있었다. 다만 이승기가 빠른 87년생이고, 문채원은 86년 11월 13일 생. “올해부터 누나라고 하겠다고 했다”며 “앞에 ‘3’자가 붙어서 그렇다. 새해 인사로 ‘누나라고 부를게’라고 했는데 왠지 입에 딱 붙는 말이었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이승기 때문에 ‘오늘의 연애’에 출연한 배우가 있으니 바로 이서진. “제 부탁으로 출연해 함께 호흡을 맞췄다. 평소 제가 알던 형의 모습이 아니라 많이 웃었다”는 이승기는 “현우의 선배 PD 역으로 제격이었다. 싱크로율이 최고였다. 새우깡 CF를 노린다는 얘기도 있다”고 폭로했다. 이서진은 작품 속에서 문채원에게 “현우는 새우깡같아. 자꾸자꾸 손이 가”라는 느끼한 대사를 한다.
“올해 음반을 낼 계획으로 녹음 중에 있어요. 3월 쯤으로 예상하고요. 연기에 있어서는 드라마와 영화를 구분하고 있지는 않은데 영화를 한 편 더 했으면 해요. 지금 리듬이 좋거든요. 공포만 아니면 좋겠어요. 호러물 같은 무서운 영화를 못 보거든요. 그런데 누가 저한테 ‘네가 연기로 상을 받으면 악역으로 받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만이 할 수 있는 악역이 있을 것 같다는 얘기였어요. 선한 인물이 알고 보니 악역이었다는. 지능범, 사이코패스, 사기꾼 같은 거요. 제가 사기를 치면 믿을 것 같다나요(웃음)?”
이승기의 언변이면 아마 100%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