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가 법령이 정한 필요사항을 이행하지 않았고, 주파수 할당 신청 시 주요 구성 주주들이 서약한 사항도 지키지 못했다고 짚었다. 이에 스테이지엑스에 대한 5G 28기가헤르츠(㎓) 주파수 할당대상 법인 선정을 취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테이지엑스, 자본금 납입 장담했지만…과기정통부 "신뢰할 수 없다"
스테이지엑스의 발목을 잡은 것은 주파수 할당신청서에 기재된 계획과 실제 이행사항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었다.
법령상 이날까지 자본금 납입이 모두 마무리돼야 했지만 스테이지엑스는 4분의1에 불과한 500억원의 자본금만을 모았다. 더욱이 지난 13일 기준으로 스테이지엑스의 법인등기부등본에는 자본금이 1억원으로 기재돼 있다. 이 역시 자본금 납입 증명서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스테이지엑스는 이에 대해 초기 운영을 하는 데는 500억원만으로 충분하고, 오는 3분기까지 예정된 2050억원의 자본금을 납입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과기정통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가 실제 납입한 자본금에 대해 "500억원에 약간 미달하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주요 주주들의 자본금 납입 현황도 문제로 지적됐다. 스테이지엑스가 과기정통부 요구로 추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7일 기준 스테이지엑스의 5% 이상 주요 주주 6곳 가운데 자본금 납입을 일부 이행한 주주는 모회사이자 컨소시엄 주관사인 스테이지파이브 1곳뿐이었다. 야놀자·더존비즈온 등 다른 주요 주주들은 납입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파수할당신청서에 기재된 구성주주와 주주별 주식소유비율과는 크게 다르며, 결과적으로 자금조달계획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서약 사항을 위반했다는 것이 과기정통부의 판단이다.
앞서 지난 2월 스테이지엑스는 5G 28㎓ 대역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에서 최고 입찰액인 4301억원을 제시하면서 주파수 할당대상법인으로 선정됐다. 이후 5월 7일까지 주파수 할당을 받기 위해 필요한 서류와 주파수 할당대가의 10%인 430억원을 예정대로 납부했다. 그러나 약 한 달여간의 장고 끝에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가 제4이통사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가 주장하는 자본금 조성을 신뢰할 수 없으며, 할당신청서에 적시된 자본금이 적절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나머지 주파수 할당대가(90%) 납부, 설비 투자, 마케팅 등 적절한 사업 수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고 짚었다. 과기정통부는 향후 행정절차법에 따른 청문을 거쳐 선정 취소 처분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기간은 약 20일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제4이통사 또 실패했지만 정부 "정책 방향 지속할 것"
통신업계에서는 5G 28㎓ 주파수 할당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파수 경매 입찰 단계에서부터 경쟁이 과열되면서다. 스테이지엑스와 마이모바일의 2파전 양상으로 진행됐는데, 742억원에서 시작된 입찰액이 최종적으로 4301억원까지 치솟았다. 당초 예상보다 입찰액이 큰 폭으로 불어나면서 최종적으로 주파수 할당을 받은 스테이지엑스를 향해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스테이지엑스는 올해 주파수 할당대가의 10%인 430억원을 납부했지만, 내년 645억원, 내후년 860억원 등 오는 2028년까지 남은 90%를 순차적으로 납부해야 한다. 여기에 과기정통부가 3년 내 스테이지엑스에 최소 6000대의 28㎓ 기지국을 구축하도록 한 만큼 이에 따른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그마저도 최소치인 만큼 원활한 전국망 서비스를 위해서는 더욱 많은 기지국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외 시장 진입 초기 마케팅 등 각종 제반 비용을 고려하면 업계에서는 1조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스테이지엑스는 초기 자본금 2000억원, 금융권 조달 2000억원, 시리즈A 투자 유치 2000억원 등 총 6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 계획을 밝혔다. 또 기존 통신사들의 전국망 투자 사례와는 달리, 스테이지엑스는 비용 절감을 위해 클라우드를 축으로 한 코어망을 구축하기 때문에 망 구축에 드는 비용도 기존 대비 절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스테이지엑스가 초기 자본금을 500억원밖에 마련하지 못하면서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스테이지엑스는 자본금 확충 계획에는 차질이 없다며 3분기 내로 나머지 1500억원을 증자하겠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야놀자·더존비즈온이 주주사로 참여했고 신한투자증권·한국과학기술원(KAIST)·연세의료원(세브란스병원) 등이 파트너사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기정통부는 이들 중 대부분이 실제 자본금을 납입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통사 시도가 사실상 불발되면서, 정부가 무리하게 제4이통사를 추진한 것 아니냐는 업계의 비판도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기존 통신3사의 경쟁 체제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보고, 새로운 통신사를 매개로 4사 체제를 만들어 경쟁을 활성화하고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려는 시도를 수년간 지속적으로 했다. 이번에 제4이통사 선정 공고를 낼 때는 기간통신사업자의 진입 방식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며 심사 기준에서 재무건전성을 제외하는 강수도 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재무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4사 체제'는 수포로 돌아갔다. 정부의 제4이통사 유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것은 이번이 8번째다.
다만 정부는 28㎓ 주파수를 토대로 제4이통사 설립을 추진하는 정책 자체는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기존 정책을 보완하면서도 신규 사업자들에 대한 장벽을 크게 높이지 않는 방향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2차관은 "개선해야 할 법·제도를 추가적으로 검토하는 차원에서 종합적인 연구반을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