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 및 인사혁신안을 준비 중인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이 일부 C(Chief)레벨 직군을 폐지하면서 조직 슬림화에 나설 방침이다. 임원 인사와 함께 고객사 관리를 위한 외부 고문 충원도 단행한다.
13일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SK온은 이달 말까지 마무리 예정이었던 인사혁신안에 CCO(최고사업책임자) 등 일부 C레벨 직군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을 계획이다.
앞서 SK온은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COO(최고운영책임자) 직군을 폐지하고, CCO·CPO(최고생산책임자) 직군을 신설했다. 하지만 6개월 만에 고강도 조직개편과 함께 CCO 직군이 폐지되는 것이다. 현재 SK온의 CCO는 성민석 전 한온시스템 대표가 맡고 있다.
한 업계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C레벨은 이석희 CEO와 최영찬 경영지원총괄사장 수준이며 다른 C레벨 임원은 실제로는 본부장급”이라며 “조직을 간소화하고, 원래의 직급에 맞게 호칭을 재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인사혁신안에는 C레벨 직군 폐지 외에도 상당수의 임원인사가 있을 예정이다. 전사적으로 회사의 조직체계를 간소화하면서 효율을 높인다는 목표다.
외부인사 영입도 진행된다. 고객사 영업을 책임지는 CCO 직군 폐지가 유력한 만큼, ‘세일즈 고문’ 영입을 통해 영업력 축소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2020년까지 현대차그룹에서 근무한 한성권 전 현대차 상용사업담당 사장 영입이 거론된다. SK온의 최대 고객사인 현대차와의 원활한 소통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되는 인사다.
SK온의 인사혁신안 방향성은 그룹 차원의 전략인 것으로 전해진다. 오는 28~2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릴 예정인 경영전략회의에서도 SK온과 비슷한 수준의 조직개편안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경영전략회의의 화두는 ‘리밸런싱(재조정)’과 SKMS(SK경영관리체계)다. SK온의 인사혁신안은 그룹 차원에서 진행될 리밸런싱의 축소판이 될 것이라는 게 재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업조정이 시급한 계열사에 선제적으로 조직개편 및 인사혁신안을 적용한 후 이를 그룹 전체의 리밸런싱 방향성으로 삼는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SK온의 인사혁신안이 결과적으로는 임원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구조조정”이라며 “이달 말 예정된 그룹 경영전략회의 이후에는 연말인사를 넘어서는 대규모 조직개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