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르포) 더딘 구조작업 온 국민이 속탄다

2014-04-1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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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가족 '망연자실'… 구조당국 '벙어리 냉가슴'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진도) = 수백여명의 실종자를 낳은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지 80여시간이 지난 가운데 실종자 구조가 예상보다 훨씬 더뎌지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이 검게 타들어가고 있다.



혼선이 보이며 전국민들에게 질타를 받았던 구조당국도 19일이 되서야 지휘 체계를 일원화시키며 수색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실종자 구조에 마땅한 진전이 보이지 않는 '답보 상태'가 이어지자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상황에 놓였다.
 

 

◆ 타들어갈 마음의 공간도 없는 실종자 가족… 절규·눈물바다 이어져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은 표현히 불가능할 정도로 찢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18일 기상 여건이 좋아지고 이날부터 작업시간이 긴 ‘산소줄 잠수’ 방식으로 수색작업을 펼치면서 실종자 수색·구조 작업이 속도가 붙었다는 소식에 실종자 가족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지만 다음날 새벽 민간잠수사가 선체 외부에서 4층 창문을 통해 사망자의 시신 3구를 목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더 큰 좌절감에 휩싸였다.

한 실종자 가족은 "아...안돼...어쩌냐. 도대체 왜 못구하고 있는거냐"며 "이젠 시신이라도 제발 거둬달라. 안그러면 여기서 죽어도 못떠난다"며 울부짖었다.

이와 함께 '플로팅 독(Floating Dock)', '리프트 백' 등 첨단 해난 장비들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사고 초동대처에 대해 원망의 목소리가 현장을 울렸다.

이날 진도실내체육관에 모여있던 실종자 가족들은 입을 모아 "첨단장비가 있는데 왜 이제야 쓰는 거냐. 다 죽고나니 생각이 났느냐"며 상황설명을 하러 가족들 앞에선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한 학부모도 "너희들이 전부 다 죽인거다. 박근혜 (대통령) 다시 당장 오라고 해라. 살려내라"고 오열하며 실신했다.

이어 이날 실종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DNA 샘플 채취 작업이 시작되면서 실종자들의 감정이 폭발했다.
 

19일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은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에게 실종자가족들이 더딘 구조활동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검·경합동수사본부 신원확인팀에 따르면 그동안 사망자의 신원 확인은 지문 조회나 육안 확인 등의 방식으로만 이뤄져 신원 파악에 혼선이 이어지자 만일의 경우 실종자들이 숨진 채로 인양될 경우 정확한 신원을 파악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이제 다 죽었다고 판단되서 시작하는 것이냐"며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


◆ 어떠한 해명도 질타받는 당국… 구조수색 답보 상황에 난항

실종자 가족만큼은 아니지만 구조활동을 지휘하고 있는 당국도 답답한 상황이다.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라고 해명하지만 현장 실종자 가족들이나 다수 여론들은 당국의 행태를 질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장 바닷속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시속 8~10km의 빠른 유속과 20cm 앞도 분간할 수 없는 탁한 시계가 수색작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또 실종자들이 생존해있다 하더라도 제대로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해 소리를 지르거나 인기척을 내기에는 힘든 상황이기에 선체를 망치로 두드리는 등 수시로 선체에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내부에서 반응이 없는 상황이다.

고명석 해양경찰청 장비기술국장도 19일 오전 진도군청에서 열린 세월호 침몰사고 범부처 사고대책본부 브리핑에서 “현재 기상은 파고가 0.5~1m 내외로 수색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으나 물속 시계가 30~40㎝여서 잠수부도 정확한 위치 파악은 어렵다”고 밝혔다.

선체 내부 수색에 참여한 해군 해난구조대(SSU) 출신 잠수 전문가 또한 "가시거리가 10~20㎝에 불과하고 조류가 생각보다 너무 강해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보다 여건이 훨씬 안좋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화물칸에 진입한 잠수요원들에 따르면 화물칸에 쌓인 화물이 너무 많아 밖으로 다시 나왔고 이후 선체 외부와 연결된 가이드라인이 끊어지면서 곧바로 철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선체 내부로 접근해도 실종자 구조가 어려운 상황이다.

기상악화 또한 구조활동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다.

사고 이튿날째인 지난 17일부터 18일 오후까지 진도에는 비가 쏟아졌다. 이에 지난 18일 오전 7시부터 사고 해역에서 UDT 등 특수부대원과 민간 잠수부를 동원해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오후 3시 들어 높은 파도와 강한 돌풍을 인해 수상 구조작업을 중단했다.

또 강풍과 더불어 급격히 떨어진 수온까지 구조활동이 이중고·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세월호 선체 내 잠수사들의 수색 상황을 담은 영상이 공개되면서 확인됐다

단원고 학부모 대책위원회는 수색에 나선 해경 잠수사에게 장비를 착용시켜 촬영을 의뢰했고 19일 오전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영상이 공개됐다.

이 영상에는 이날 오전 3시 40분부터 30여분 간 잠수사가 선체까지 연결된 가이드 라인에 의지해 선체 외벽을 더듬으며 내려가는 수색 상황의 모습이 담겨 구조 현장의 어려움을 방증했다. 이를 보던 한 학부모는 차마 몇분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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