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하게 취재를 진행한 언론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더 컸다.
응급차 통행로를 방해하는 방송차량, 상황실 전화기를 입수하려다 실종자가족들에게 걸려 현장을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만들어버린 기자, 무턱대고 슬퍼하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을 담으려 시끄러운 셔터소리를 내는 사진 기자 등이 실종자 가족들에게 또 한번 상처를 줬다.
차마 기자라고 밝히지 못하고 실종자가족들을 달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기자이기 이전에 한 가족의 구성원이기에 조심스레 위로의 말을 걸어봤다.
자신을 실종된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의 어머니라고 밝힌 수척해진 한 여성이 "이렇게 카메라에 담는다고, 사진으로 찍는다고 아이들이 살아돌아오나요. 이런 게 역사의 현장이라고 몰려든 방송사·신문사 기자들이 진심으로 원망스럽다"고 울부짖었다.
구태의연한 표현이지만 국민의 재해·재난을 전달하는 것이 기자의 본분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굳이 피해자가족들에게 직접 다가가 질문을 하고,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에 담아야 그 사실이 제대로 전달되는 것이냐고 반문하고 싶다.
그저 피해자가족들끼리 나누는 대화만을 조심스레 엿들어도 될 일이다.
저널리즘도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고 이번 같은 재난 재해에서는 고통을 나누는 것이 그 본래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재난·재해 상황을 사실에 입각해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기자의 본분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굳이 피해자들을 인터뷰해서 상황을 상기시키는 일은 절대 피해야되는게 상식"이라며 아이폰 하나만을 들고 영상을 담으며 취재를 하던 한 외신기자가 해 준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