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의 비중은 갈수록 커지는데 이들의 소비 성향이 개선되지 않으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하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40년쯤 0%대 초반까지 추락할 수 있는 만큼 1인 가구의 주거·소득·고용 안정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1인 가구 확산의 경제적 영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35.5%로 가구원수 기준 가장 높으며 증가 속도도 팬데믹 이후 매우 빨랐다.
1인 가구의 특징은 경제 형편이 대체로 다인 가구에 비해 취약하다는 것이다. 소득이 낮고 자산규모가 작았으며 단순·임시직 비중이 높다. 청년층 1인 가구는 주거비에 대한 부담이 컸으며 고령층 1인 가구는 고용이 불안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중 1인 가구의 약 70%가 연소득 기준으로 3000만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균등화 소득 기준으로는 1인 가구(2606만원)의 평균 소득이 전체 가구(3950만원)보다 34%나 낮았다.
보고서를 집필한 이재호 조사국 조사총괄팀 과장은 "선진국보다 우리나라 1인 가구는 다인 가구와의 소득 격차가 더 큰 반면 사회보장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았다"며 "우리나라 1인 가구는 연령이 증가할수록 다인 가구와의 소득·자산규모나 임시·일용직 비중에서 그 격차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팬데믹 기간 중 주거비 상승, 생활비 부담 증가, 임시·일용직 중심 고용 충격, 위기에 따른 소득 충격 등의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다. 1인 가구 중 월세 비중은 42.3%로 전체 가구의 약 2배 수준이다. 특히 29세 이하 청년 1인 가구의 월세 비중은 64.1%에 달한다. 가구원수별 소비지출 품목을 보면 1인 가구는 주거·에너지(수도·광열)·음식숙박비·식료품비 지출 비중이 높다.
또한 1인 가구는 고용 안정성이 낮은 만큼 팬데믹 위기 경험에 따른 상흔 효과가 오랜 기간 지속된다. 1인 가구는 가구원 간 리스크 분담이 어렵기 때문에 코로나 팬데믹 충격이 1인 가구에서 더 크게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이 과장은 "기존 연구에 따르면 실업을 경험하는 경우 소비 지출이 장기간 제약될 수 있다"며 "실업 전에 100만원을 벌면 70만원을 사용했던 사람이 직접적 실업을 경험한다고 가정하면 실업 이후 향후 직장을 구해 100만원을 벌더라도 다시 실업을 당할 수 있으니 70만원까지는 소비를 못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청년층 1인 가구의 경우 높은 주거비 부담 해소를 위한 주거 안정 대책이 절실하다"며 "고령층 1인 가구에 대해서는 열악한 소득과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빈곤 대책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1인 가구만을 대상으로 한 지원책은 저출생 대책과의 상충 등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영국 등 해외 사례처럼 전체 취약 계층을 포괄하는 정책 틀 안에서 1인 가구 문제를 균형감 있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