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군 장성 출신인 키스 켈로그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명했다. 강경한 ‘미 우선주의자’이자 핵심 측근인 켈로그를 우크라이나 조기 종전 공약 실행의 적임자로 내세운 것이다. 반면 내년 1월 트럼프 취임 전까지 우크라이나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징집 연령을 낮춰 병력을 확충할 것을 촉구하며 항전 의지를 고취시켰다.
트럼프는 27일(이하 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켈로그의 지명 사실을 알리며 “우리는 함께 ‘힘을 통한 평화’를 이루고, 미국과 세계를 다시 안전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육군 3성 장군 출신으로 올해 80세인 켈로그는 트럼프 집권 1기 때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총장을 맡았다. 집권 1기 후에는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에서 미국안보센터장을 역임하며 트럼프의 정책 고문 역할을 담당했다. 외국 당국자들에게 트럼프의 안보 정책을 설명하는 역할도 했다.
트럼프와 켈로그 모두 다른 나라의 안보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상당히 회의적이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로서는 불리한 조건에서 휴전 논의에 참여해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징집 연령을 낮춰 병력을 신속히 늘리라고 요구했다. AP·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의 전투 병력 풀 확대를 위해 현재 25세인 징집 연령을 18세로 낮추길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미국 고위 당국자는 ”지금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것은 인력”이라고 말했다. 미국뿐 아니라 독일도 우크라이나에 징병 연령 하향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는 그동안 ‘현재의 경계선’을 기준으로 러시아와 협상을 통해 전쟁을 종식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협상이 시작하기 전까지 한 치의 땅이라도 더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양측의 공방전은 격화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점령지를 넓혀가고 있다. 러시아가 지난 한 달 간 차지한 우크라이나 지역은 런던(1572㎢)의 절반 넓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의 징집 연령 조정 요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것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조기 종전을 공약한 트럼프 취임 전 현재 최대 전선인 러시아 쿠르스크 등에서 우크라이나가 병력 증원 등으로 전세를 주도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 등의 징병 확대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는 징집하는 모든 병력을 지원할 장갑차 등 충분한 장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더 많은 무기 지원 문제를 거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