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투자자들이 감수할 위험도 커지고 있습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기업답지 않게 급등락하는 시세가 문제입니다. 지난달 말까지는 분쟁 당사자의 공개매수 경쟁이 있었고, 공개매수 종료 후 이달 초까지 회사의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 발표와 이에 대한 금융 당국의 불공정거래 여부 검토 소식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 거래일 대비 8만1000원(8.07%) 오른 108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금요일(1일)에 전일 대비 6000원(0.60%) 오른 데 이어 연이틀 상승 마감한 것이죠. 이에 앞서 2거래일 동안에는 연이틀 하락 마감했는데, 특히 10월 30일 종가는 전일 대비 무려 46만2000원(29.94%) 내린 하한가 108만1000원이었습니다.
고려아연은 법령과 규정을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주당 67만원'으로 제시된 신주 발행가액이 100만원을 훌쩍 넘은 시세 대비 크게 낮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왜 주당 67만원일까요?
일반공모 유상증자의 법적 근거는 '자본시장법 제165조의6(주식의 발행 및 배정 등에 관한 특례)'에 있고, 신주 발행가액을 산정하는 규정은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제5-16조' 및 '제5-18조'에 있습니다. 이 규정은 상장사가 일반공모로 유상증자할 때 발행가액을 "청약일 전 과거 제3거래일부터 제5거래일까지의 가중산술평균주가를 기준주가"에 30% 이내의 할인율을 적용하라고 지시합니다.
최초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할 때는 청약일이 '미래'이기 때문에, 일단 청약일 대신 이사회가 유상증자를 결정한 날의 전날을 '기산일'로 하고 이날부터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거래일을 '1거래일' '2거래일' '3거래일'로 봅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30일에 유상증자를 결정했으니까 기산일은 29일이고, 28일부터 제1거래일, 제2거래일(25일), 제3거래일(24일)로 보겠죠. 즉 제3거래일부터 제5거래일까지는 10월 22일부터 24일까지입니다.
이 3거래일간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을 각각 합하고, 총 거래대금에서 총거래량을 나눈 '가중산술평균주가'가 기준주가인 95만6116원이 됩니다. 여기서 최대 할인율(30%)을 적용하면 66만9281원이 나오는데, 이걸 호가단위(만원)로 맞춰서 67만원이 신주 발행가액이 됐어요.
정확히 말하면 이는 '예정' 가액이고, 앞으로 진행될 일반공모 절차의 청약일 첫날(12월 3일)을 다시 기준 삼아 그 전날부터 제3~제5 거래일의 가중산술평균주가에 30% 할인율을 적용한 '확정' 가액은 다시 계산됩니다. 이달 하순 중 3거래일(26~28일)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에 따라 새로 계산된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이때에도 고려아연 주가가 100만원 전후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면, 30% 할인된 신주 발행가액이 지금보다 크게 올라가진 않겠죠.
고려아연 주가는 과거 오랫동안 100만원에 채 미치지 못했습니다. 경영권 분쟁이 단기간에 주가를 급등하게 했고 한때 100만원을 한참 넘어선 수준까지 끌어올렸어요.
경영권 확보를 시도한 영풍·MBK파트너스 측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결과가 10월 14일 먼저 나왔습니다. 이어 23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공개매수도 끝났습니다. 그리고 고려아연 주가는 10월 23일부터 5거래일 연속으로 올라 29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24만2000원(18.60%) 오른 154만3000원까지 치솟았어요.
공개매수 진행 상황을 본 투자자들이 고려아연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매수하면서 주가를 더 끌어올린 것 같습니다. 투자자들은 최 회장 측과 영풍·MBK 측 모두 공개매수 후에도 확고한 의결권 우위를 점하지 못했고, 따라서 이들이 장내매수로 지분율 경쟁을 이어 갈 것으로 기대한 것이죠.
하지만 고려아연은 장내매수가 아니라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나섰고, 통상 이러한 신주 발행은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키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게 됐습니다. 더구나 앞서 공개매수 자금 3조2000억원 중 2조6000억여원을 빚으로 마련했는데 이제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대부분을 그 채무상환에 쓰겠다고 하니 시장의 큰 반감을 불러일으켰죠.
고려아연은 지난달 23일 자사주 공개매수 종료 후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검토했다고 밝혔지만, 금융감독원은 고려아연이 자사주 취득·소각과 함께 유상증자 계획을 세웠으나 고의로 누락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지난 31일 오후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이 직접 증권신고서 충실기재 여부 등을 살피고 불공정거래 조사와 연계해 살피겠다면서 강경 대응을 예고했죠. 금감원이 제동을 걸어 고려아연 유상증자 계획이 바뀌거나 취소될 수 있다는 기대로 고려아연 주가가 반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