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국내 증시, 밸류업보다 '경영권 분쟁'·'풍문주'로 연명

2024-11-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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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양건영·삼부토건 각각 230%·126% 상승,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

효성·롯데 계열사들은 유동성 위기 소문에 급락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1년 동안 국내 증시는 밸류업 금융정책과 대외적인 리스크로 냉온탕을 오갔습니다. 연초 밸류업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관련주는 20~30% 폭등했지만, 이에 따른 후광은 금방 시들해졌습니다. 상승재료가 필요했던 국내 주식시장은 고려아연을 필두로 경영권 분쟁, 풍문 관련주가 하나의 ‘테마주’로 떠올랐습니다. 아이러니하게 증시는 밸류업 추진 이상으로 급등세를 이어갔습니다.
 
27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상장사(유가증권시장, 코스닥, 코넥스, 기타 법인)가 감독원 공시에 올린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 건수는 271건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연간 공시 수인 258건을 이미 넘어선 역대 최다 기록입니다. 풍문 관련 공시 건수는 2019년 66건에 불과했지만, 2020년 100건, 2021년 211건으로 크게 늘어난 뒤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올해 풍문 관련주 중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종목은 범양건영과 삼부토건으로 각각 230%, 126% 상승세를 보이며 코스닥 증시를 이끌었습니다. 단지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주로 테마가 부각되며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대기업도 풍문에 따른 주가 롤러코스터를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지난 5월 효성중공업이 중공업 부문은 존속회사로 남기고 건설 부문을 인적분할한다는 풍문이 들리면서 지난 5월 주가는 20% 폭등했습니다.
 
지난주에는 효성화학이 특수가스 매각을 추진하는데,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HS효성첨단 등 효성 계열사들이 거론되면서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회사 측은 모두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를 통해 “검토한 바 없다”,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 등 해명 공시를 냈습니다.
 
롯데 계열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주 롯데 계열사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설이 나오면서 롯데지주는 52주 신저가를 맞이했습니다. 그 외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도 급락했습니다.
 
계열사들은 일제히 해명공시를 내며 “유동성 위기 관련 루머는 사실 무근이다”라고 대응했고, 다음 날 주가는 회복됐습니다.
 
그래픽금융감독원
[그래픽=금융감독원]

풍문 관련주로는 코스닥 기업이 가장 많죠. 이들은 이차전지, 인공지능(AI), 로봇 등 신규 사업 진출 소식에 주가가 올랐습니다. 그러나 최근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신규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공시한 상장사 10곳 중 3곳이 관련 사업 실적이 전무했습니다. 즉, 풍문 하나로 주가를 부양한 것이죠.
 
7개 인기 테마 업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86개사 중 사업 추진 내역이 아예 없는 곳이 27개(31.4%)에 달했습니다. 코스피 상장사가 3개, 코스닥 상장사가 24개였는데요, 제품 및 연구개발 중인 곳은 26개사(30.2%), 사업 초기 단계는 17개사(19.8%)에 그쳤습니다.
 
적발된 사례로는 코로나가 한창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 A사는 마스크 사업에 참여한다며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코로나가 심해지자 A사는 한발 더 나아가 사업 목적에 백신 사업 등을 추가하고 유명한 해외 바이오 회사의 창립 멤버를 이사로 선임했습니다.
 
금감원 조사 결과 A사는 마스크나 코로나 백신 관련 사업을 전혀 진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기 위한 허위 공시였습니다.
 
B사 역시 코로나 백신 연구개발과 관련해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다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하지만 신사업은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습니다. 금감원은 B사가 신사업이 잘 추진되는 것처럼 포장하기 위해 MOU를 이용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밖에도 브랜드 라이선스 사업 진출을 명목으로 주주우선주를 공모한 후 자금횡령을 한 사례가 있었고, 급조한 페이퍼컴퍼니(해외법인)를 제3자 배정자로 지정하는 등 대규모 유상증자와 관련해 허위 공시를 해 발각된 사례도 있습니다. 
 
그래픽허하영 기자
[그래픽=허하영 기자]

경영권 분쟁주 역시 투자자들을 투심을 자극하는 데 한몫했습니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올해 기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회사는 총 80곳이 넘으며 지난해(71개) 대비 9곳 증가했습니다.
 
올 하반기 경영권 분쟁주 대표 기업이었던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기간 동안 80만원 선을 유지하다 113만원 이상으로 돌파했습니다. 덕분에 시총 40위였던 고려아연은 14위로 올라서며 코스피 상승, 심지어 밸류업 지수 상승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 외 한미사이언스, 티웨이항공, 래몽래인 주가도 분쟁 소식이 나올 때마다 개인 투자자들은 투매에 들어갔습니다.
 
별다른 상승재료가 없어 경영권분쟁주와 풍문 관련주가 증시를 이끌고 있습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강달러, 트럼프 효과 등 대외적인 리스크에 외국인 투자 심리가 예전 같지 않아 국내 증시가 갈피를 못잡고 있다”며 “이 틈을 타 들어온 분쟁, 풍문 관련주들이 당분간 테마주로서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습니다.
 
당국도 각종 테마주의 산발적인 등장으로 시장이 혼탁해질 것을 우려해 선제 단속에 나섰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이후 관련 테마주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변동성 확대에 대한 시장 감시를 강화하고, 풍문의 생산, 유포, 선행 매매, 시세 조종 등 불공정거래 정황을 발견할 경우 무관용으로 엄중 조치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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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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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맞습니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도 들어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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