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인수·합병(M&A) 제도 개선을 위한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26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비계열사 간 합병가액 산정 규제 개선 △공시 강화 △외부 평가 제도 개선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개정에 따라 비계열사 간 합병에서는 더 이상 기존의 공식적인 합병가액 산정 방식을 따르지 않고 당사자 간 협의로 합병가액을 결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업 간 자율적 교섭을 통한 구조 개선을 촉진하려는 목적으로 기업들이 더 유연하게 합병가액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대신 외부 평가를 통해 합병가액을 정하게 됩니다. 합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 상충을 최소화하고 소액주주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정안은 환영할 만한 변화지만 투자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여전히 '내 기업이 합병되면 주식을 팔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에 대한 고민일 것입니다. 합병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시너지를 통해 기업의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거나 새로운 회사의 운영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주가 하락의 위험도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의 합병 또는 분할・합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합병가액 산출과 이를 기반으로 한 합병 비율 결정입니다. 부적절한 합병 비율로 합병이 진행될 경우 합병 법인 또는 피합병 법인 중 한쪽이 손해를 입어 주주들이 재산상 손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률에 따르면 기업들이 합병할 때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주주총회에 참석해 반대 의사를 표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가결된다면 투자자들은 '주식 매수 청구권'을 행사해 회사에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매수할 것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는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로 매수 가격은 보통 이사회 결의 전 일정 기간(1~2개월)의 가중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됩니다.
최근에는 소액 주주들이 연대해 회사 결정을 뒤집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툴젠과 제넥신 등은 주식 매수 청구권 규모의 부담으로 인해 합병 계획을 철회한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두산그룹 지배 구조 개편안에 대한 주주들의 반응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는 12월 12일 예정된 두산에너빌리티 임시 주주 총회 안건으로 상정된 '분할 합병 계약서 승인 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습니다. 같은 취지로 행동주의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도 이 입장을 환영했습니다.
앞서 두산그룹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 신설 법인의 합병 비율을 기존 1대0.031에서 1대0.043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는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가 분할 합병 후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88.5주와 두산로보틱스 주식 4.33주를 받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ISS는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간 자본거래에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가 상충한다고 짚으며 "이러한 이해상충은 소수주주를 희생시키면서 얻는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로보틱스와 에너빌리티에 대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일가의 영향력을 이용하려는 경제적 유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