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 '맏형' 현대차·기아의 2분기 실적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부품업계 빅 4의 성적에도 눈길이 쏠린다. 자동차 부품업계는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내수 판매 둔화의 직격탄을 맞아 전반적으로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수출 구조를 다각화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희비가 엇갈렸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모비스의 2분기 매출액은 14조6553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대비 6.6% 줄었고,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4.2% 줄어 6361억원을 기록했다. 사업부문별로 모듈과 핵심부품 매출은 11조690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 줄었고, AS사업 매출은 9.9% 상승한 2조9644억원을 달성했다.
엔진 등의 부품을 생산하는 현대위아의 2분기 매출액은 2조2331억원, 영업이익은 69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2.3% 줄어들었지만 영업이익은 6.2% 늘었다. 완성차의 국내 판매가 줄면서 자동차 부품 등 모빌리티 매출은 줄었지만 'K-방산' 수출 효과로 공작기계와 특수 부분 매출액이 늘어나 전체 영업이익이 증가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자동차 열관리(공조) 부문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한온시스템의 2분기 실적은 다음 달 8일 공개될 예정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증권업계 컨센서스에 따르면 이 회사의 2분기 매출액은 2조5041억원, 영업이익은 81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은 3.0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2.9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와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의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다. 공조 부문에서 글로벌 2위 기업인 한온시스템은 최근 유럽과 미국의 전동화 정책 후퇴와 볼륨 축소로 고전하고 있다. 여기에 1분기에 발생한 대규모 생산인력 구조조정과 튀르키예 등 글로벌 생산법인 인플레이션 비용 발생으로 2분기 실적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미국과 중국 완성차 업체로 공급망을 다각화 한 HL만도는 유일하게 성장세를 나타냈다. HL만도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1473억원, 896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각각 2.9%, 16.4%씩 증가했다. 시장별 매출은 한국 7568억원, 미국·멕시코·브라질 5221억원, 중국 4652억원, 유럽 및 인도 4032억원 등이다. 이 회사는 테슬라, GM, BYD, 길리 등의 브랜드에 전장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올해 신규수주액만 5조3000억원으로 이미 목표의 76.4% 수준을 달성했다.
자동차 부품업계는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의 전기차 판매 호조와 축소되고 있는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상화, 중저가 전기차의 흥행 여부 등을 실적 반등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완성차 수요가 전기차, SDV(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부품업계도 관련 전동화, 전장 부품 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하고, 글로벌 전기차 정책 변동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면서 "특히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 속에서도 중저가 EV(전기차) 물량은 확대 움직임이 일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이 부품사의 하반기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