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사업장은 구청장 직권으로 거의 강제로라도 해산시키게 할 겁니다.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있게 만들어야죠."
최근 만난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수년째 성과 없이 피해만 양산하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지를 정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시는 지난달 '서울형 지역주택조합 관리방안'을 통해 피해만 양산하는 지주택 사업장 중 구청장 직권으로 해산할 수 있는 곳을 파악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곧 서울시가 인허가권을 쥔 구청을 압박할 것이라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
더이상 사업 추진 가능성도 없는 곳에서 무분별하게 사업이 시작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미 지주택에 '내집마련'의 꿈을 빼앗겨버린 12만명(서울시 추산)의 조합원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빠져있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구청장 직권으로 사업 중단, 조합이 청산될 경우 조합원은 이미 납입한 비용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서울 동작구 한 지역주택조합 분담금 반환 소송을 맡았던 변호사는 "수임한 10건 모두 조합이 분담금을 반환해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 승소했지만, 조합이 파산 위기다 보니 아무도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돈이 묶인’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서울시의 대책을 두고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적어도 기존 피해자들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날 방법도 제시됐어야 한다는 불만에서다. 현장에서 만난 조합원들은 "해산만이 답이 아닌 곳도 많은데, 시는 사실상 안 되는 곳을 없애는 대책만 고심한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이 법 개정 없이는 대부분 효력이 없다는 점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사업 진행을 맡고 자금관리를 하는 업무대행사와 신탁사 역할에 대한 규제도 서울시 혼자만으로는 보장할 수 없다.
취재하며 만난 일선 조합원들은 20~30대 청년부터 50대 중년까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뛰어들었다가 전 재산이 묶인 평범한 시민들이 대부분이었다. 피해가 불어나고 지속될수록 이들의 상처도 더욱 커질 것이 자명하다. ‘지주택’에 대한 광범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