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음 커진 지주택] 서울시 "10곳 중 7곳 사업 시작도 못해...지지부진 지역주택조합 정리해야"

2024-06-1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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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주택가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jpg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주택가.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jpg

서울시가 성공 사례가 드물고 피해 규모가 커 '지옥주택조합'으로 불리는 지역주택조합 옥석 가리기에 나선다. 사업이 잘 되는 곳은 더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밀어주고, 사업 추진이 불투명하고 더딘 곳은 조합원 피해가 불어나기 전에 빠른 정리를 도울 예정이다. 신규로 설립될 지역주택조합에 대해서는 엄격한 모집신고로 진입장벽을 높인다. 
 
모집신고~사업승인까지 13년…118곳 중 87곳은 사업 첫발 못 떼
서울시는 최근 공사비 증가와 고금리 등으로 정비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불투명한 조합 운영, 사업 지연 등으로 지지부진한 지역주택조합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서울형 지역주택조합 관리방안'에 들어간다고 19일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추진 중인 서울 시내 지역주택조합 사업지는 총 118곳이다. 이 중 70%가 넘는 87곳이 지구단위계획까지도 이르지 못하고 '조합원 모집 신고' 단계에 멈춰있다. 실질적 추진 단계(사업승인 후)에 있는 곳은 14.4%인 17곳에 불과하다. 지역주택조합 추진 사업장은 동작구가 23곳으로 가장 많고 영등포구(11곳), 마포구(10곳) 등이 뒤를 이었다. 

지주택 사업은 토지 확보 여부가 사업 성공 관건인데, 토지 권리관계가 복잡한 서울의 특성상 추진이 어려워 지지부진해지는 경우가 많다. 조합원모집신고에서 조합설립인가 단계까지 가는 데 최대 5년 9개월, 평균 2년 9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조합설립된 곳에서 사업계획승인까지는 최대 7년 5개월, 평균 3년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모집신고부터 사업승인까지 평균 5년 9개월, 최대 13년 2개월까지 걸리는 것이다. 
 
서울시 자치구별 지역주택조합 사업 추진 현황 자료서울시
서울시 자치구별 지역주택조합 사업 추진 현황 [자료=서울시]
 
사업 추진 어려운 사업지 정리…자진해산·직권취소 유도 
서울시는 우선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지는 적극적인 행정지원을 통해 보다 신속하게 정비사업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돕는다. 서울시는 118곳 중 원만한 사업 추진이 예상되는 약 20곳에 한해 신속한 검토로 사업기간 단축을 유도한다. 

반대로 토지매입 난항 등으로 추진이 어려워진 사업지는 조기 정리할 방침이다. 모집신고(87곳), 조합설립(14곳) 사업지 101곳 중 84곳이 일몰기한이 경과했다. 이들에 대해 해산총회를 통한 자진해산을 유도하고, 직권취소(해산)이 가능한 사업지 파악을 추진한다. 해산총회 가이드라인 배부, 청산지원반과 코디네이터 파견 등으로 해산을 돕는다. 

주택법 제14조의2 규정에 따르면 조합원 모집신고 후 2년 이내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하거나, 조합설립인가 후 3년 이내 사업계획승인을 받지 못한 경우 조합이 총회 의결을 거쳐 사업종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 일몰기한을 경과한 사업지가 총회를 열어 실제 해산 결정한 사례는 없다. 

시는 오랜 기간 사업이 정체돼 구청장이 '직권해산'을 추진할 곳을 파악하고, 해당 사업지에 전문가 합동 청산지원반, 코디네이터 파견도 준비한다.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청산지원반은 조합원에게 불리한 청산계획을 방지하는 자문을 제공한다. 코디네이터는 지역 여건에 맞는 사업방식 등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허위, 과장된 계획으로 조합원을 모집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신규 진입장벽도 강화한다. 기존 지주택 조합들은 조합원을 모집한 뒤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했지만, 앞으로 신규 지주택 사업을 하려면 도시계획을 선행한 다음 조합원 모집 신고를 해야 한다. 또 정보공개 등 주택법령을 준수할 경우에만 지구단위계획 절차를 진행한다. 사업지가 국·공유지를 포함하는 경우, 명백한 동의의사를 회신받은 경우에만 토지 사용권원을 확보한 것으로 간주한다. 
 
실태조사 등 기존 조합 관리 강도 높인다…3분기 중 실시 
시는 강도 높은 실태조사를 지속 추진하고 과태료, 고발 등 후속조치도 실시한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개선조치하지 않는 사업지는 행정절차를 중단하고 필요 시 민생사법경찰단 합동점검 추진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자금차입․업체 선정․조합 해산 등 주요 안건을 결정하는 총회에는 공공변호사가 필수적으로 입회하도록 해 총회 운영과정 개선을 유도한다. 

조합원에게 사업 정보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와 자치구 누리집에 사업 주요현황 등 지역주택조합 운영과 관련된 주요 정보를 상시 공개하도록 했다. 올해 하반기 중으로 '지역주택조합 피해상담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피해 입은 조합원에게 법률 상담을 지원한다. 

피해상담지원센터 신설 외 이날 발표한 지주택 관리방안은 올 3분기 중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시는 국토부에 토지 소유권 확보 요건 강화, 신탁업자의 자금집행 책임 강화 등을 추가로 건의할 예정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월 15일 국토부에 △구청장 직권해산 근거 신설 △조합 가입계약서 등 표준화 △업무대행사 선정시 경쟁입찰 및 총희의결 거쳐 선정 △일정금액 이상의 계약 및 지출은 총회의결 의무 등 관련 주택법령 개정을 건의한 바 있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지주택 사업주체가 조합원에게 징수한 사업비용에 의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조합설립인가 시 토지 소유권 확보 요건을 더 높이고, 매입 토지 중 일정 부분은 사업비용 담보대출을 금지토록 건의하는 등 제도개선도 병행할 것"이라며 "이번 관리방안을 계기로 지주택 난립을 막고 추진 중인 사업지는 조합원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집중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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