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남 오물 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지 엿새 만에 다시 대량의 쓰레기가 담긴 오물 풍선을 전국 곳곳에 살포했다. 이에 정부는 9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겠다고 밝히면서,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까지 확인된 오물 풍선은 330여 개에 달한다. 공중에서 식별되고 있는 풍선은 없으며, 내용물로는 종이와 비닐, 플라스틱 등의 쓰레기가 담겼다. 안전에 위해되는 물질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오물풍선은 동해에도 여러 개 낙하했고, 북한 지역으로 간 것도 있으며, 우리 측 관측범위를 벗어난 뒤 산악 지역과 바다에 떨어진 것도 다수일 것으로 추정한다"며 "오물풍선 80여 개가 (우리 지역에) 낙하한 것으로 봐서 효율은 좋지 않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특히, 합참은 전날 북풍이 부는 시간대가 아닌데도 북한이 오물풍선을 부양한 이유에 대해서는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이 명백하게 대한민국 사회를 혼란시키고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이러한 행위를 하고 있는 이상 정부로서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며 "오물 풍선에 담긴 내용물이 치명적이지는 않더라도 국민들에게 미치는 심리적인 타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저희로서도 당연히 강력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열어 대북 방송을 빌미로 북한이 직접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해 철저히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북한이 직접적 도발 시에는 '즉·강·끝(즉각·강력히·끝까지)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응징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 군은 2018년 이후 처음으로 대북방송을 시행하는 상황에 대비해 전방지역에서 실제훈련도 실시했다. 합참은 이날 "확성기 이동 및 설치, 운용절차 숙달 등 일명 '자유의 메아리 훈련'을 시행했다"며 "자유의 메아리 훈련은 북한의 실상과 대한민국의 발전상, K-문화 등을 북한군과 주민에게 알리기 위해 우리 군이 보유한 전 장비를 일제 점검하고 실제 상황을 가정해 배치하는 절차를 숙달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북한은 3차 오물 풍선 살포 재개와 관련된 보도를 내보내지 않고 있지만, 국내 시민단체들이 지난 6∼7일 대북 전단을 띄운 데 대한 맞대응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6일 새벽 애드벌룬 10개를 이용해 대북 전단 20만장을 살포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