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원두 가격이 수급 불균형으로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원두 생산지 중 하나인 베트남도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베트남 현지 매체 베트남넷(Vietnamnet)이 베트남 관세총국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베트남은 2024년 1월 전반기 동안 약 9만5800톤(t)의 원두를 수출한 가운데 수출액은 2억8300만 달러(약 3770억원)를 기록했다. 2023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원두 수출량은 4.1% 소폭 증가에 그쳤지만, 수출액은 39.4%나 급증했다.
베트남 원두 수출액이 급증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원두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주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는 주로 베트남에서 재배되는 커피 종류인 로부스타 원두 가격이 t당 320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원두 공급 부족에 따른 것으로, 22일(현지시간) ICE의 로부스타 원두 재고 데이터는 201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라비카 원두 가격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ICE 재고는 24년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최근 홍해 근처에서 예멘 후티 반군의 무력 시위로 인해 전 세계적인 물류 대란이 나타나고 있는 데다 베트남, 브라질 등 주요 원두 산지들의 작황 부진까지 겹쳐 원두 공급 부족 및 가격 인상을 낳고 있다. 더욱이 베트남 원두 농가가 추가 가격 인상을 기대하며 출하를 늦추고 있는 것도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베트남의 커피 수도라고 불리는 서부 고원 지역에서의 로스팅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생두 가격은 1㎏당 7만3500동~7만4200동(약 4000원)으로 인상됐다. 이는 사상 최고 수준의 가격이다.
베트남 럼동성에서 원두를 재배하는 응우옌 반 뚱(Nguyen Van Tung)씨는 요즘 원두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했으며 대리점에서는 로부스타 원두 구매 가격을 1㎏당 7만3000~7만4000동에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85%나 오른 수준이다.
뚱씨 가족은 약 4헥타르에 달하는 재배 지역에서 약 20t의 원두를 생산한다. 그는 원두의 절반을 1㎏당 약 7만동의 가격에 판매했으며 나머지는 더 높은 가격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계획이다.
그는 "이번 원두 수확이 잘 되었으며 가격도 좋다”며 “원두를 팔아 약 14억동을 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10년 넘게 원두를 재배한 후 올해가 가장 많이 팔고 가장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특히 이번 설 연휴에 더 큰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닥락성에서 원두를 재배하는 부 티 민(Vu Thi Minh)씨도 설날이 가까워질 때까지 원두를 보관하여 판매하려고 했지만, 가격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 방금 수확한 원두 12t을 모두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1월 중순부터 원두를 7만1000동에 판매해 왔으며, 여전히 대리점들이 구매 경쟁을 위해 그녀의 집을 찾아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작년 이맘때에는 직접 판매할 곳을 찾아야 했다고 한다.
민씨는 가지고 있던 원두를 모두 팔아 8억5000만동(약 4600만원)을 벌었다. 비용을 제외해도 그녀의 이익은 상당히 높다.
베트남에서는 올해 원두 수확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3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높은 수매가격 덕분에 원두 재배업계는 여전히 큰 이익을 얻고 있다고 매체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