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승인으로 암호화폐 관련 상품 출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선 암호화폐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규정이 없어 실제 상장이 이뤄지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블록체인, 비트코인 관련 ETF는 없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비트코인을 직접 사지 않고도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국내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되기 위해선 먼저 금융당국에서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해줘야 한다.
국내 상장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국내 운용사들은 해외에서 관련 상품을 상장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삼성 비트코인 선물 액티브' ETF를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 상품에 투자해 비트코인 현물과 최대한 유사한 투자 성과를 추구한다. 상장 1년여 만에 수익률은 122%를 기록했다. 상장 당시 홍콩은 제도권 시장에서 비트코인 선물 ETF가 상장되고 거래되는 아시아 내 유일한 시장이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8월 미국 계열사 글로벌X를 통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신청한 뒤 현재 심사를 진행 중이다. 글로벌X는 이번에 승인된 11개 상품들이 신청한 이후에 신청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앞서 미래에셋운용 캐나다 자회사인 호라이즌스 ETFs가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인버스 ETF와 비트코인 선물 ETF를 출시하기도 했다.
국내에 관련 상품들을 판매·투자하기 위해선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 판단이 필요하다. 앞서 2015년께 한 자산운용사는 비트코인 관련 ETF 상품을 만들기 위해 금융당국에 확인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서 2013년에도 정부는 금융기관이 취급하는 투자상품도, 현행법 체계에 따른 화폐로도 평가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최근 들어선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던 금융당국이 제도권에서 관리·감독에 나섰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암호화폐를 발행하거나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기업은 종류, 물량, 시장가치 등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면서 회계 처리와 공시 투명성을 높였다. 또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조직 개편에서 가상자산감독국과 조사국 등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자산운용업계는 아직 제도가 미비한 상황인 만큼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 비트코인은 24시간 높은 변동성이 나타나는 만큼 호가 조성 등 선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ETF는 수급 측면에선 충분히 긍정적인 상품이지만 아직은 미국 시장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법 개정이나 의견 수렴 등을 고려하면 비트코인 ETF 도입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